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09.10 12:00

묵인희 서울대 교수·배진우 경희대 교수 연구팀

 

정상 쥐의 건강한 분변 미생물 군집을 질환 모델 마우스에 이식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군집과 장내 환경에 변화를 유도한 경우, 기억 및 인지 기능 장애가 개선되고, 베타 아밀로이드와 과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의 축적, 신경교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완화 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그림제공=한국연구재단)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묵인희 서울대 교수·배진우 경희대 교수 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생쥐 모델에서 장내 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장 누수현상과 염증반응을 확인하고 장내 미생물 조절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완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인지장애와 기억손상을 동반하는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병은 뇌 내 단백질 축적, 신경세포 손상 및 과도한 염증반응 등 전형적 신경병리학적 특징이 잘 알려져 있으나 발병기전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자폐증과 파킨슨씨병에서 장내 미생물이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실마리가 밝혀지는 등 장내 미생물과 뇌 질환과의 연결고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제2의 뇌’로 장이 주목받고 있다.

마찬가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와 생쥐모델에서도 장내 미생물 군집 변화가 보고되었지만 어떠한 경로로 변화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의 뇌 병변이 악화될수록 정상 생쥐와의 장내 미생물 구성의 차이가 커지는 현상을 통해 장내 미생물과 알츠하이머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했다. 

치매 생쥐모델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종 구성이 정상 생쥐와 다르게 변형되었고 만성 장 염증반응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미생물 군집 변화로 인한 장벽기능 약화가 장내 독소의 혈액으로의 누수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증가됨을 규명했다.

장내 미생물 균총의 균형이 깨어진 알츠하이머성 치매 생쥐모델에 16주간 주기적으로 건강한 장내 미생물을 투여하는 분변 미생물군 이식(FMT)을 통해 장내 환경변화를 유도했다. 

그 결과 질환 생쥐모델의 기억 및 인지기능 장애가 회복되었고 뇌 내 특징적인 단백질 축적과 신경세포의 염증반응이 완화됐다. 

장 조직 세포의 퇴화와 혈중 염증성 면역세포 수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어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감소함을 확인했다. 

생쥐모델에서 장벽의 누수와 혈액 내 면역세포에 의한 염증반응, 그리고 뇌 병변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함으로써 장내 미생물 불균형을 바로잡아 알츠하이머병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묵인희 교수는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직접 표적으로 하는 의약품 개발이 난항을 겪는 가운데 장-뇌 축과 혈액 면역세포에 주목한 것”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위장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거트’에 지난달 30일 게재됐다. 

묵인희(왼쪽부터) 교수, 배진우 교수, 김민수 교수,  김윤희 박사, 최현정 대학원생 (사진제공=연구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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