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10 14:20

"기후재난 피해 취약 계층에 집중... 삶의 권리 위협"
"에너지원 변화 넘어 에너지 다소비적인 산업구조 변화 필요"

환경관련 연대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지난 9월 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원성훈 기자)
환경 관련 연대기구인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기후위기 비상상황을 선포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예상보다 빠른 기후변화 문제를 긴급히 대응하기 위해 뉴욕에서 소집된 '기후행동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9일 한국 지식인·연구자 664명은 정부에게 '기후위기 선포'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에는 강내희, 고철환, 김종철, 서관모, 손호철, 송상용, 이장규, 장회익, 조한혜정, 황대권 등의 원로 지식인들과 전의찬(세종대학교), 조천호(ESC), 최무영(서울대학교), 우희종(서울대학교), 이정모(서울시립과학관), 윤순진(서울대학교), 김환석(국민대학교), 이영희(가톨릭대학교), 백영경(제주대학교), 박순성(동국대학교), 서동진(계원예술대학교), 백도명(서울대학교), 문현아(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김은진(원광대학교), 하종강(성공회대학교), 박하순(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신승철(생태적지혜연구소) 등의 연구자들이 함께 했다.

지식인·연구자들은 "일상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을 체험할 수 있을 만큼 지구의 기후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위기 시대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들어 영국 등이 기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국과 유럽의 주요 선거에서 기후변화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그린뉴딜과 같은 전향적인 정책이 제안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이 한참 뒤쳐져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게 7위로 기후악당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많고 폐쇄 계획은 더디다"며 "지구 기온 상승을 1.5 ~ 2℃ 내에서 막기 위한 탄소예산이 한정돼 있어, 기후위기의 파국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이 몇 년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위기 비상 선언과 장기적인 온실가스 배출 제로 계획의 조속한 수립은 기후위기를 헤쳐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려면, 기후위기 대응이 불평등을 심화시키거나 위험을 새로운 형태로 전가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기후정의'와 '정의로운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의 원칙으로 확립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누구도 기후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지만, 기후위기의 책임과 피해가 동등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후재난의 피해는 역설적으로 기후위기의 책임이 가장 적은, 가난한 지역과 취약한 계층에 집중되어 이들의 삶의 권리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국내적으로 보면, 대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의 책임은 점점 더 느는 데 반해 폭염과 같은 기후재난은 야외 노동자나 주거 빈곤층과 같은 취약 계층에 집중되고 있다"며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은 국제적 차원과 국내적 차원을 모두 고려해서 기후변화의 책임과 피해 간의 불일치를 교정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더해, "나아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나 비용이 특정 지역과 집단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사회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기후정의의 문제는 기후위기가 복합적인 사회위기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면서 "따라서 기후위기는 에너지원의 변화를 넘어서 에너지 다소비적인 산업구조의 변화, 사회적 불평등의 해소, 고용 및 복지 체계의 변화, 사회경제적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 등 사회 구조의 변화를 동반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지식인·연구자들은 오는 21일 오후 3시, 서울 대학로에서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포함한 전지구적 기후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할 것"이라고 알렸다.

더불어, 한국 정부가 국제적인 책임을 다하고 국내적으로 정의롭고 신속한 전환을 이끌 것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는 기후위기를 선포하고 신속한 탈탄소화 계획을 조속히 수립하라"며 "기후정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 정책을 포괄적으로 재검토·강화하라"고 강조할 계획이다. 아울러 "신속한 탈핵에너지전환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가특별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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