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9.12 07:00

공감해주고 들여다봐줄 사람들 곳곳에 있어 혼행 선호

(자료=픽사베이)
(자료=픽사베이)
핵아싸(핵+아웃사이더)가 더이상 '방구석 찌질이'가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핵아싸란 모임이나 단체생활에서 겉도는 사람인 아웃사이더에 '핵(核)'을 붙여 만든 신조어이다. 이처럼 부정적인 의미로 출발한 핵아싸는 이제 시대를 이끄는 주류로 조명받고 있다. (편집자 주)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유튜브 등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시대가 되면서 더 이상 혼자가 혼자만이 아니게 됐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대면이 아닌 비대면으로도 인간관계를 넓게 가질 수 있어 지구 반대편에도 친구가 있는 세상이다.

요즘에는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브이로그(비디오(video)+블로그(blog))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은 물론 운동하는 모습, 밥 먹는 모습 등 개인의 모든 일상이 이야기가 된다. 

서울 강남지역 빌딩 매입으로 한창 떠들썩했던 ‘보람튜브’의 브이로그 채널 구독자는 1900만명을 넘어섰다. 모든 유튜버의 구독자가 이처럼 많은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제 1인 미디어, 특히 개인의 일상 공유는 더 이상 어색한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카메라를 대신하면서 언제 어느 곳에서도 사진과 영상을 전송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의 여가 지형도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자료=G마켓)
(자료=G마켓)

최근 여행 트랜드가 변하면서 '혼행'(혼자 여행가기) 수요가 늘고 있다. 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이 여름휴가가 한창이던 지난 7월 15~28일 993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80%가 ‘혼행을 떠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6명(61%)는 이미 혼행 경험이 있었다.

혼행 이유로는 ‘나의 취향대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어서’(78%)가 1위에 꼽혔다. 이어 ‘상대방과 일정을 맞추기 힘들어서’(10%), ‘마땅히 함께할 동반자가 없어서’(7%) 순이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 혼행을 떠나는 사람은 7%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나의 취향이 동반자보다 중요해진 대목이다. 

특이할만한 점은 ‘혼행 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준비물’로 사진 촬영을 위한 ‘셀카봉’(27%)이 2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1위 ‘게임기나 음향기기’(29%)에 고작 2%포인트 뒤진 수준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이제 동반자 없이도 셀카봉을 챙겨 홀로 훌쩍 떠난다. 혼자 가지만 나의 여행에 공감해주고 들여다봐줄 사람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공유가 일상이 되다보니 일본여행 불매 성공 이유로 “요즘 같은 시국에서는 일본 여행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혼행 필수품 2위에 꼽힌 셀카봉은 말 그대로 셀카(셀프카메라)를 더 쉽게 찍기 위한 도구이다. 봉 위에 스마트폰 등을 거치해 더욱 높은 위치에서 자신과 풍경 등을 담기 위해 사용한다.

(자료=다나와 홈페이지 캡처)
(자료=다나와 홈페이지 캡처)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서 살펴본 인기 셀카봉(9일 기준) 1~3위는 ‘슈피겐 벨로 S540W 블루투스 셀카봉삼각대’, ‘샤오미 XMZPG01YM 블루투스 셀카봉삼각대’, ‘벤로BK10Ⅱ 블루투스 셀카봉삼각대’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최근 셀카봉은 기다란 봉에 그저 스마트폰 등을 거치하는 초기형에서 발전해 블루투스와 삼각대가 결합된 제품이 대세다. 블루투스로 연결해 타이머를 맞추지 않아도 즉시 촬영할 수 있고 삼각대로 어디든 세워두고 나를 포커스에 담을 수 있다.

요즘에는 동영상 수요를 반영한 스마트폰용 짐벌도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더욱 품질 좋은 영상을 만들기 위해 촬영 중 손 떨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짐벌을 택하는 여행족도 늘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홀로 여행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낮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나 친구 없이 홀로 가는 안쓰러움을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로 떨쳐버릴 수 있게 됐다.

특히 데이터가 터지는 곳에서는 실시간으로 여행기를 공유할 수 있다. 사실 이는 혼행 중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5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는 말이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핵아싸도 핵인싸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그저 개인을 조금 더 오픈할 수 있는 용기와 부지런함이 필요할 뿐이다.  

(일러스트=픽사베이)
(일러스트=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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