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9.11 09:54

"정치적 동기에 따른 차별적 조치…양자협의로 해결 안 되면 WTO 패널 설치 요청"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9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일본수출규제 조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미국방문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제한조치를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하기로 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정부는 오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일본이 지난 7월 4일 시행한 수출제한조치를 WTO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 정부의 각료급 인사들이 수차례 언급한 데서 드러난 것처럼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한 정치적인 동기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직접적으로 겨냥해 취해진 차별적인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의 핵심 소재 3개를 정조준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공급국임을 고려할 때 일본의 조치는 세계 경제에도 커다란 불확실성과 불안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일본은 아무런 사전 예고나 통보 없이 조치를 발표한 뒤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이웃나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보여주지 않았고 절차적 정당성도 무시했다”며 “이에 정부는 우리나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교역을 악용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일본의 조치를 WTO에 제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정부가 제소장에 해당하는 양자협의 요청서에 적시한 일본 조치의 WTO 협정 의무 주요 위반사항을 살펴보면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해 한국을 특정해 포괄허가에서 개별수출허가로 전환한 것은 WTO의 근본원칙인 차별금지 의무, 특히 최혜국대우 의무에 위반된다”고 설명했다.

또 “수출제한 조치의 설정·유지 금지 의무에 위반된다”며 “일본정부는 사실상 자유롭게 교역하던 3개 품목을 각 계약건별로 반드시 개별허가를 받도록 하고 어떠한 형태의 포괄허가도 금지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전에는 주문 후 1~2주 내에 조달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90일까지 소요되는 정부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며 언제든지 거부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부담해야 한다”며 “일본의 7월 4일 조치 이후 2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단지 3건만 허가되는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심각한 피해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일본의 조치는 정치적인 이유로 교역을 자의적으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무역 규정을 일관되고,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의무에도 저촉된다”고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이제 정부는 WTO를 통한 분쟁해결절차의 첫 단계인 양자협의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일본의 조치가 조속히 철회될 수 있도록 협의할 계획”이라며 “정부는 양자협의를 통해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위법성을 지적하고 일본의 입장을 청취하면서 함께 건설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이 문제가 조기에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 정부도 성숙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협의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며 “양자협의를 통해 해결되지 않을 경우 WTO에 패널 설치를 요청해 본격적인 분쟁해결절차를 진행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3개 품목 수출제한 조치로 양국 기업들과 글로벌 공급사슬에 드리운 불확실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는 이번 분쟁해결에 모든 역량을 총결집해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 서한을 일본 정부(주제네바 일본대사관)와 WTO 사무국에 전달하면 공식 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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