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09.11 10:44
(사진=아베 신조 일본 총리 SNS)
(사진=아베 신조 일본 총리 SNS)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극우 성향의 측근들을 대거 중용하는 방향으로 제2차 집권 후 최대 규모의 개각을 단행했다. 이에따라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공산이 커졌다.

NHK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후 9번째로 단행한 이번 개각에서 19명의 각료 중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장관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제외하고 17명의 각료를 교체했다.

외무상에는 경제산업상,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정무조사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이 전보됐다.

문부과학상에는 아베 총리의 특별보좌관 출신으로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불리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임명됐다. 하기우다는 아베 총리를 대신해 일제 침략전쟁의 상징적 장소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 공물을 전달해온 인물이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 담화'를 폄하하고 이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국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등을 놓고 외교적으로 한국과 대립 수위를 높여온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방위상으로 중용됐다.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정책을 주도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임 경제산업상에는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중의원 의원이 임명됐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이자 '포스트 아베' 주자 중 한 명인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중의원 의원은 전격적으로 환경상에 발탁됐다. 고이즈미 신임 환경상은 종전기념일인 지난 8월 15일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정치인으로서의 행보를 노골화하고 있다.

총무상에는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전 총무상이 재임명됐다. 그는 2014~2017년 총무상 재직 시절 현직 각료 신분으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비판을 받은 초극우파 인사다.

오키나와(沖繩)·북방영토 담당상에는 잦은 막말로 물의를 빚었던 에토 세이이치(衛藤晟一) 총리 보좌관이 임명됐다.

후생노동상에는 2017~2018년 재직했던 아베 총리의 측근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총무회장이 재기용됐다.

아베 총리는 이번 개각에서 지난해 당 총재 선거 때 라이벌이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간사장 지지 세력은 철저히 배제했다.

이번 개각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숙원인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집념이 농축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우익 사관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중용되면서 한일 관계가 해결의 출구를 찾기는 커녕 오히려 한층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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