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민정 기자
  • 입력 2019.09.15 09:00

택시회사·운전자 입장차 여전히 커 가이드라인 나오기 전까지 혼란 불가피
앱택시 콜거부 원인은 '목적지 표시'…개선책 마련 요구에 '카카오' 묵묵부답

서울시가 도입한 전기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도입한 전기 택시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서울시)

[뉴스웍스=김민정 기자] "두 시간 동안 강남역에서 어플로 택시를 요청했어요.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주변에 가까운 택시가 없다는 거예요. 눈앞에 빈 택시가 저렇게 많은데…"

한 승객이 내뱉은 하소연이다. 

과연 그럴까. 실제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같은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실제 택시 승차거부는 수 십 년째 고질적인 문제로 인식되어왔다. 그동안 갖가지 제도가 실시되기도 했지만 택시기사와 승객, 택시기사와 회사 간의 첨예한 입장차이로 인한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 승객 "누굴 위한 택시 앱인가…콜 거부의 원인은 ‘목적지 표시’"

서울시 교통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7.7%가 앱택시에 목적지를 표시하는 것이 택시 기사들의 콜 거부에 활용된다고 답했다. 또한 이동거리가 짧을 때 24.4%, 밤 11시 이후 호출할 때 20.5%, 외진 곳에서 호출할 때 14.7% 앱택시 호출이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들은 "앱택시의 목적지 표시가 승차거부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시민들의 피해가 크다"며 "현재 민간부문 사업이라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하고 있지만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결국에는 제도적 규제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카카오 택시 측에 경고했다. 이에 대해 류긍선 카카오 모빌리티 부사장은 "연내 해결책을 마련해 시의회에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목적지를 명시하지 않는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 교통위원회에 따르면 ‘앱택시 목적지 표시’를 없애 달라는 시정 처리 요구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 승차거부 해결 법으로 제시된 삼진아웃제 "놓치고 있는 부분 여전"

국토교통부는 2015년에 택시 승차거부 현상을 근절하기 위해 삼진아웃제를 도입한 바 있다.

삼진아웃제란 택시회사와 택시기사 모두 승차거부 위반행위가 3회 누적되면 자격취소나 면허 취소처분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대체로 승차거부를 당한 승객들의 민원신고로 행해진다. 처음 적발됐을 경우 과태료 20만원, 두 번째로 적발됐을 경우 과태료 40만원과 영업정지 30일, 그리고 세 번째로 적발됐을 경우 과태료 60만원과 택시 운전자격증이 취소된다.

도시교통본부 상임위 업무보고 최종(2018)_최근 3년간 자치구 승차거부 민원 처분율. (자료출처=도로교통위원회)
최근 3년간 자치구 승차거부 민원 처분율. (자료출처=도로교통위원회)

서울시에 따르면 삼진아웃제가 실행된 2015년 이후 2년간 행정처분 위임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자치구의 관행으로 택시기사 승차거부 처벌에 관한 처분율의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위 처분율은 28.4%, 최하위 처분율은 5.4%에 그쳤다. 이에 자치구에 위임했던 승차거부 현장단속 행정처분권한을 2017년 12월, 서울시가 환수하자 처분율이 87%로 상승했다.

(자료출처=도로교통위원회)
(자료출처=도로교통위원회)

지난해 11월에는 자치구의 승차거부 처분권한을 모두 서울시가 환수했다. 이에 위반지수 초과회사(22개사, 730대)가 순차적으로 처분됐다. 서울시 도시교통실에 따르면 처분권한 강화로 이전에 비해 승차거부 민원이 45% 감소했다.

승차거부 민원이 큰 폭으로 줄긴 했지만 사실상 앞서 발표된 행정처분율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여전히 삼진아웃제도에 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뿐더러, 서울로 여행을 오는 외국인들도 승차거부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서다.

◇택시기사 "승차거부 근절 위해 '사납금 문제' 해결해야" VS "열심히 하면 많이 번다"

택시회사는 기사에게 차를 빌려주고 관리해주는 등 운행에 필요한 비용을 전담하는 대신 하루 13만5000원의 사납금을 걷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실제 근무시간을 제외한 소정근로시간으 로 계산하여 기본급여를 받는다. 서울 택시회사의 경우 하루 5.5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기사들의 월급을 12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책정했다. 만일 기사가 사납금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공제되는 식이다.

"법인택시들은 사납금 때문에 단거리 운행은 물론이고 가스값이 나오지 않는 거리는 운행하지 않아요."

서울역 일대에서 주로 택시운행을 한다는 A씨(60)는 택시의 승차거부 현상이 ‘사납금’ 때문이라며 말을 이었다.

"하루 10시간 운행 기준 15만원 정도를 벌어요. 그렇게 벌면 사납금을 입금시키다 하루가 끝 나는 거예요. 금액을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에서 공제됩니다. (사납금을 제외하고) 빠른 시간 내에 수익금을 내려고 하기 때문에 단거리 손님을 거부할 수밖에 없어요.”

한편 다른 의견을 내비치는 택시기사도 있었다. 개인택시를 20년째 운행하고 있는 B씨(63)는 승차거부 문제와 사납금 문제와 관련해 "솔직히 말하면 오로지 사납금 문제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이 번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답했다.

◇ 사납금 제도 폐지하고 전액관리제 도입, 2021년에는 월급제 시행

국회는 본회의에서 내년부터 사납금 제도를 없애고 2021년부터는 월급제를 도입하는 '택시 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일부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2일 통과시켰다.

이 법의 통과로 2020년 1월부터 일정 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해 걷는 행위가 금지되고 기사의 운송수입금 전액을 수납받도록 하는 '전액관리제'가 실시된다. 이로써 택시기사가 부담하던 영업적 손해를 회사가 함께 나눌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전액관리제를 비롯한 월급제가 순순히 진행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제도가 시행되면 최대 기본급 '140만원+α'(사납금을 뺀 순수 수익)의 이익을 남겼던 기사들의 월급이 250만원이 넘게 될 것으로 추측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 C씨(63)는 "사납금이 폐지된다고 해도 방법이 없어요. 회사입장에서 기사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려고 하겠습니까. 회사 쪽에선 적자를 안 보려고 하죠. 당연히 반발 할 겁니다"라고 꼬집었다.

실효성이 발휘될지도 미지수다. 앞서 1997년에 전액관리제가 도입된 바 있어, 사실상 이번이 두 번째 시도인 것이다. 당시의 전액관리제는 강행 규정만 있을뿐 명확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없어 노사 갈등만 낳은 채 무산됐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서울시 도로교통실 업무보고에 따르면 '택시 운송사업 발전에 관한 일부 법률 개정안'에 따라 2020년 이전까지 '법인택시 임금체계 실태파악'과 '문제점 및 장애요인 진단', '서울형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다보니 택시승차거부가 일순간 개선되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까지 자세한 가닥이 잡히지 않아서다. 따라서 택시회사와 택시기사가 서울시가 주장하는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적절한 협의점을 찾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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