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09.16 05:05

'혼밥'의 품격 높여주는 신선한 식재료…가정간편식에 집밥 요소 가미

'요알못' 탈출 어렵지 않아요! (사진출처=픽사베이)
'요알못' 탈출 어렵지 않아요! (사진출처=픽사베이)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핵인싸(잘 어울려지내는 사람)와 핵아싸. 정반대의 개념이지만 이 둘은 의외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미식을 추구한다는 것. 

특히 이들 가운데서도 '1코노미족'을 중심으로 밀키트(meal kit)와 프리믹스(prepared mix)의 수요가 빠르게 느는 추세다. 요리하는 즐거움부터 1인분의 적당한 양까지 간편하고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다. 여기서 1코노미족이란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일컫는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29.3%)가 가장 많으며 2인 가구(27.3%)가 그 뒤를 잇는다.

한국에서 절반 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1·2인 가구는 식(食)트렌드를 이끄는 선도주자이기도 하다.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코노(혼자 코인노래방 가기), 혼추족(혼자 추석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 등 오로지 홀로 즐기는 문화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며 업계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1인분 포장, 1인분 주문 가능 등 '1인 마케팅'을 정조준 중이다. 

피코크 밀키트(사진 위 3종) 밀푀유 나베, 레드와인소스 스테이크, 감바스 알 아히요는 이마트 점포망과 SSG닷컴의 쓱배송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프리미엄 밀키트(사진 아래 4종)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으로, 주요 유통채널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 (사진제공=이마트, 동원에프앤비)
피코크 밀키트(사진 위 3종) 밀푀유 나베, 레드와인소스 스테이크, 감바스 알 아히요는 이마트 점포망과 SSG닷컴의 쓱배송 등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프리미엄 밀키트(사진 아래 4종)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으로, 주요 유통채널을 통해 구입 가능하다. (사진제공=이마트, 동원에프앤비)

밀키트란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레시피가 세트로 구성된 가정간편식(HMR)의 일종이다. 복잡한 조리 과정을 귀찮아 하거나, 다양한 재료를 장보고 이를 손질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이다.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요알못'도 순서만 준수한다면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들키지 않고 그럴싸하게 셰프의 맛을 낼 수 있다.

밀키트 시장의 핵심 타깃은 1인 가구다. 가격대는 식재료와 양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저렴한 제품은 3000원대부터 시작된다.

실제 G마켓에서는 지난 5월 한달 동안 밀키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3%로 뛰어오르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밀키트와 함께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조리기구 판매도 덩달아 증가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11번가의 냄비 매출은 56% 신장했고, 전자레인지와 도마, 전기밥솥도 각각 26%, 16%, 15% 늘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밀키트는 단순히 조리된 음식을 데워 먹는 HMR에 비해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질된 재료로 신선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고, 기본적인 조리 도구만 있으면 초보자도 부담없이 요리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서다. 레스토랑에서나 먹을 법한 스테이크, 파스타 등 고급 메뉴를 비교적 간편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것도 최대 강점이다. 피자나 해물탕 등 혼자 먹기엔 양이 애매한 메뉴도 음식물쓰레기 걱정없이 해먹을 수 있다.

품질이 갈수록 개선됨에 따라, 밀키트는 단순히 끼니 해결의 목적뿐 아니라 1020세대에게는 홈파티 용도로, 3040세대에게는 손님에게 대접하기 위한 용도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해지는 메뉴 라인업은 아이가 있는 가정도 조만간 제대로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기준 약 200억원 규모였던 밀키트 시장이 올해 400억원으로 2배 증가할 전망이며, 2024년까지 7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곽정우 이마트 피코크 담당은 "피코크 밀키트의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원이다. 5년 뒤인 2024년에는 연매출 500억원 규모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피코크는 밀키트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삼양사 큐원 홈메이드의 초코칩쿠키 믹스는 전자레인지와 계란 1알, 넓은 그릇 1개만 있으면 간편하고 쉽게 쿠키를 만들 수 있다. (사진=왕진화 기자)
삼양사 큐원 홈메이드의 초코칩쿠키 믹스는 전자레인지와 계란 1알, 볼(bowl) 1개만 있으면 간편하고 쉽게 쿠키를 만들 수 있다. 반죽 과정은 3분, 전자레인지에 돌리는 과정은 1분 30초로 다소 짧았지만 쿠키를 굳히는 데에는 무려 30분가량 소요됐다. (사진=왕진화 기자)

집에서 간편하게 빵이나 케이크, 쿠키, 전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한 프리믹스 시장도 이번 추석 연휴 시기와 더불어 요즘 세대가 추구하는 편의성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맞아 떨어지며 다시금 활기를 띄는 모양새다. 프리믹스는 밀키트와 요리하는 맥락은 상통하지만, 개념 자체는 매우 다르다.

프리믹스는 용어 그대로 '준비가 완료된, 빵이나 과자 따위를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기본이 되는 재료들을 혼합해 놓은 가루'이다. 이는 제과·제빵류의 디저트나 튀김·전과 같이 '밀가루 반죽'이 필수가 되는 메뉴에서 주로 쓰인다. 반죽의 황금비율을 맞출 자신이 없는 사람들도 레시피에 써 있는 정량을 준수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매우 적다. 가격대도 3000원대인데다, 만드는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아 심심할 때 한 번쯤 만들어보기에도 좋다.

CJ제일제당·삼양사·오뚜기 등 관련 업계는 기존에 없었던 소용량·초간편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식재료·부재료, 도구와 기계 구비에 부담을 느끼거나 조리 후 남은 믹스 보관이 어려운 혼밥족에게 특히 인기가 좋은 편이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의 소매점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프리믹스 중 베이커리믹스 제품은 248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277억원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했다. JTBC 인기 예능 '효리네 민박'에서 윤아가 프리믹스 제품과 견과류를 활용해 와플을 만드는 모습이 전파를 탔고, 실시간 검색어에 관련 기기 이름 등이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큐원 홈메이드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용하기 복잡한 도구·재료가 필요하고 손도 많이 갔다면, 현재는 편의성이 강조되면서 숟가락과 큰 볼, 위생장갑 정도만 있어도 어렵지 않게 빵 등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트렌드에 맞춰 1인분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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