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12 07:50

'조국 가족펀드' 운용사·투자사 대표 11일 구속 모면… 수사 차질 우려도
짧은 기간 내 조직 장악한 윤 총장이 유리하다는 전망 대두

조국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조국 법무부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출처= YTN방송 캡처)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임명 강행으로 정치권이 격랑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향후 정국의 추이가 어떤 모양새를 띄게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스웍스는 추석 연휴 이후부터 올 연말과 내년 총선에 이르기까지 정치권의 동향을 3편의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지난 10일 첫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을 지시한 것이다.

그 이튿날에는 단장에 황희석 현 인권국장을 임명하고,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를 법무부로 파견해 검찰개혁추진 지원단에 합류시켰다. 황 단장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민변 대변인과 사무차장 등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조 장관과의 인연은 2012년 총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예비 후보로 출마했던 황 단장이 자신의 선거 포스터에 '검찰과의 전쟁' 등의 문구를 적자, 당시 서울대 교수이던 조 장관은 이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기도 하는 등 막역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 차장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인 2009년 6월 검찰 내부통신망에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2017년 8월에는 박상기 전 법무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황 단장과 이 차장검사와 조 장관은 '검찰개혁'이라는 키워드 하에 하나로 묶여져 있다는 평가다.

이런 가운데, 조 장관은 앞서 전날 취임사에서 "검찰 권력이 강한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도적 통제 장치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법무부의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 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법무장관에게 주어진 '인사권 카드'로 검찰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혀진다.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른바 조국 및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에 있어서 '마이웨이' 행보를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이미 지난 6일 밤에 기소조치를 취했다. 10일에는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투자업체 대표 등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대표 이 씨와 사모펀드가 투자한 가로등 점멸기업체 웰쓰시앤티 대표 최 씨는 구속 위기에 처해 있다가 가까스로 구속을 면한 상태다.

또한, 검찰은 같은 날 부산에 있는 조 장관 동생의 전처 조 모 씨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조 씨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던 조 장관 동생인 전 남편으로부터 넘겨받은 채권으로 조 장관 부친이 이사장으로 있던 웅동학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장 이혼을 하고 채권양도계약서를 위조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사실상, 조국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이 '대결'에서의 승자를 가늠해보려면 우선 '검찰조직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검찰조직의 주요 특성 중에 두드러지는 것은 '철저한 상명하복의 조직'이라는 점이다. 오랜동안 굳혀진 검찰의 관행이라는 게 전반적 평가다. 이런 조직문화는 '검사동일체 원칙'에서 비롯됐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검찰청법 제7조(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에 따르면 '①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소속 상급자의 지휘·감독에 따른다. ② 검사는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제1항의 지휘·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라고 돼 있다. 더불어, '제7조의2(검사 직무의 위임·이전 및 승계) ①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로 하여금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의 일부를 처리하게 할 수 있다. ② 검찰총장,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은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처리하거나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마디로 전국의 모든 검사는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한 상하 수직적인 불가분의 관계'속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검찰조직의 한 핵심관계자는 11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익명을 전제로 "사법고시에 합격해서 법무연수원을 거쳐 검찰조직에 몸담게 되면, 거의 세뇌 수준으로 '우리는 한가족이고 운명공동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명시적으로나 은연 중에 듣게 된다"며 "언제, 어디에서 뭘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우리는 하나라는 것을 주입받는다"고 귀뜸했다.

이런 조직문화에 길들여진 것이 검찰이라면 조국 법무부장관은 애초의 첫 단계인 '사법고시'에 합격하지 못한 인물이므로 검찰들이 '식구'로 생각하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그런 인물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돼 왔을 때 검찰조직 구성원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장으로 생각할 것인지, 조국 법무부장관을 수장으로 생각하게 될지는 '불문가지'라는 인식이 적잖다.

이에 더해, 검찰과 관계된 취재를 비교적 오랫동안 해온 기자들 사이에선 윤 총장의 업무 스타일이나 철학 자체가 '법대로'였다는 평가다. 용의점이 포착되면 수사를 개시하고, 수사했는데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기소하고, 구속사유가 발생하면 구속하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윤 총장에게 있어서 유일한 평가 잣대는 '사람'이나 '정권'이 아닌 '법'이란 얘기다. 조 장관과 비교하면 윤 총장이 상대적으로 '흠결'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는 평판도 유리한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7월 25일 취임한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검찰조직을 실질적으로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른바 '조국 사태'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20여 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하면서도 그와 관련된 비밀이 누설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수색이 이뤄진 점만 봐도 윤 총장의 리더십이 확인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물론 조국 장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조 장관이 11일 특수수사로 대변되는 검찰의 직접수사를 축소하라고 지시하고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감찰제도 개선 방안도 마련하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당일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을 구성한 데 이어 곧바로 수사·감찰 기능에 메스를 대는 등 검찰개혁작업에 초반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조 장관의 직접수사 축소 지시에는 조 장관 가족 의혹에 대한 특수부의 수사가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수수사가 만약 줄어든다면 ‘특수통’ 출신 검사들 위주로 구성된 ‘윤석열 라인’에도 타격이 갈 수밖에 없다.

이어 조 장관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검찰개혁 추진지원단이 임 검사를 비롯해 검찰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요구하는 많은 검사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감찰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법무부 장관의 중요한 권한 중 하나인 감찰권을 통해 검찰을 견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이미 조 장관 가족 수사를 둘러싸고 김오수 법무부 차관은 조 장관 취임식이 열린 지난 9일 오후 강남일 대검 차장을 만나 ‘윤 총장과 반부패부 지휘라인 등 사실상 대검을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로 유명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도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유사한 취지로 말을 건넨 바 있다. 물론 조 장관은 11일 출근길에 "보도를 보고 알았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다들 언행에 조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지만 조 장관과 사전교감에 의한 발언이 아니겠냐는 관측이 적지않다. 

조 장관의 이 같은 대응에 윤 총장은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총장이 배제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윤 총장의 입장이다. 검찰은 법무부의 이런 시도를 수사 개입으로 보고 있다.

조 장관의 인사권 행사여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는  "검찰에 대한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 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통제 등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7월 검사장급 고위간부에 대한 인사이후 대전·대구·광주고검장 자리는 비어있다. 부산·수원 고검 차장검사와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검사장급 3자리도 공석이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조 장관이 첫번째로 한 일은 복심으로 알려진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를 과천으로 부른 것"이라며  "이 차장검사를 중심으로 현재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검사들을 대부분 지방으로 좌천시키는 인사 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서초동 법원과 검찰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조 장관이 인사권을 휘둘러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는 보복성 시위를 단행하고 이를 통해 의혹덮기·사건무마를 위한 '셀프 수사'를 기도하고 있다는 것이 주 의원의 견해다. 

이처럼 조 장관과 윤 총장 사이의 뭍밑에선 각자 '검찰개혁 동력 확보'와 '정의사회 구현'이란 대의명분을 놓고 '전면전'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누가 웃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막강한 검찰조직을 이끌고 있는데다 특수수사전문가인 윤 총장이 다소 유리하다는 시각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물론 예단은 금물이다. 검찰수사는 초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와 이 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중소기업 대표에 대한 구속수사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1일 조국 장관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이상훈 대표와 가로등 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엔티 최 모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대표는 조 장관 부인과 두 자녀로부터 10억5000만원을 출자받기로 해놓고 금융당국엔 74억5000만원 납입을 약정받았다고 허위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 대표는 회삿돈 10억원 가량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법원은 두 사람의 혐의가 상당부분 인정된다는 취지를 밝히면서도 구속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고질적인 수사기법인 별건으로 구속해 본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취지로 분석된다. 

검찰은 첫 번째로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적잖이 당황한 눈치다. 법원의 '원칙주의'가 계속된다면 검찰수사의 칼 끝이 무디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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