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승욱 기자
  • 입력 2019.09.12 10:23

북한에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 방식 요구하지 않을 가능성
강경 노선과 잘못된 대북 접근법 때문에 물러나게 됐다는 점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9·11테러 18주년 추모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미 백악관 유튜브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김정은에게 리비아 모델을 언급하는 등 재임 중 몇가지 매우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건 좋은 표현이 아니었다. 그후 가다피에게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를 한번 보라"며 해임 배경을 설명했다. 볼턴의 강경 노선과 잘못된 대북 접근법 때문에 물러나게 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의 이런 언급은 "우리를 후퇴하게 했다(And it set us back)"고 평가했다. 이어 "나는 그 이후 김 위원장이 말한 것에 대해 비난하지 않는다"며 "그는(김 위원장은) 볼턴 전 보좌관과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질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에 대해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을 요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하순부터 시작될 예정인 북미대화의 협상 동력을 높이기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한 셈이다. 

북한은 리비아 모델을 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무장해제를 성사시킨뒤 군사행동을 통해 침략하는 방식이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측에 핵폐기와 체제보장을 일괄타결 형태로 처리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이 탈레반과 추진한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상을 반대한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견을 보였고 '비밀 회동' 계획이 무산된 뒤 이를 언론에 유출한 데에 볼턴 측이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갈등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만큼 미국의 대북접근 방식에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날지는 지켜봐야할 대목이다. 

CBS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존 볼턴 보좌관 후임으로 5명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주 중 그중 한 명을 선택,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떠날 것이라고 언급한 볼턴 보좌관과 관련, 북한에 대해 리비아모델을 적용하려는 그의 욕망을 비롯해 여러 건을 두고 이견을 보였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볼턴은 2018년 북한과 핵프로그램 협상에서 2003년과 2004년 리비아모델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는 2003년 핵무기프로그램을 포가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면제받았지만 2011년 무아마르 가다피는 서방세계가 지원하는 반군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된 바 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입장에서도 볼턴과 견해차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내가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다른 행정부 인사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특히 "존은 미스터 터프 가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너무 터프해서 우리를 이라크로 끌어들였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볼턴은 2003년 국무부의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으로 재직하면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주도했다는 평가도 받아왔다. 

하지만 볼턴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는 것과 관련, 자신이 먼저 사임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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