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16 12:53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

건강의 지표로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허리둘레를 재는 것이다. 이보다 정확한 방법으로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가 있지만 체중계에 올라가야 하고,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m²) 분류표를 봐야하는 등 다소 복잡한 계산이 따른다.

허리둘레는 줄자만 있으면 간단하게 비만도와 동반질환의 위험도를 알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문제는 재는 방법이다. 대부분 허리띠나 바지의 허리둘레 수치로 허리둘레를 추정한다. 그러다보니 바지의 허리치수가 맞지 않을 정도가 돼서야 비로소 배가 많이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마련이다. 바지는 골반위에 걸치는 방식으로 입기 때문에 허리띠의 구멍수를 가지고 배둘레를 생각하다간 큰코 다칠 수 있다.

복부비만을 정확하게 측정하려면 줄자가 배꼽 위를 지나가야 한다. 실제 이렇게 재면 허리둘레가 10㎝ 내외로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허리둘레는 지방의 분포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해보면 배와 허리, 그리고 내장부위에 지방이 두텁게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지방은 다른 부위의 지방과는 달리 유리지방산으로 전환돼 돼 혈관건강을 위협한다.

우리나라는 남자의 경우, 허리둘레가 90㎝, 여자는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규정한다. 적어도 이 기준을 지키지 않으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혈증과 같은 성인병으로 이환된다는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방간과 통풍, 담석증은 물론 여성은 불임과 월경이상, 남성은 여성형유방과 발기부전을 일으킨다. 체중이 늘어나면서 하지정맥류와 골관절염이 진행되고, 역류성식도염이나 긴장성요실금, 다낭성난소증후군도 비만과 관련이 있는 질환들이다. 특히 유방암, 대장암, 담도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 암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비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우리나라 20세 이상 성인의 34.8%(남자의 40.7%, 여자의 24.5%)가 비만이다.

비만치료는 ‘비방’이란 게 없다. ‘저축을 많이 하느냐’ ‘소비를 많이 하느냐’의 시소게임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식사량을 줄이거나 과도한 운동을 하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 서서히 살이 찐 것처럼 조금씩 살을 빼야 부작용이 없다.

중요한 것이 표준체중을 구한 뒤 이를 목표로 식사조절과 운동을 하는 것이다. 먼저 치료 전 체중의 5~10%를 6개월 내에 감량하는 것을 체중감량의 일차목표로 삼는다.

정인경 교수

식사량은 일반적인 생활을 기준으로 표준체중에 약 30㎉를 곱해 하루 총 섭취할 칼로리를 구한 뒤 이를 끼니로 나눠 계산한다. 가능하면 열량 섭취는 적게 자주, 그리고 저녁은 적은 양을 먹는 게 좋다. 표준체중은 남자의 경우, 키(m)×키(m)×22, 여자는 키(m)×키(m)×21로 계산한다.

이때 하루 800㎉ 미만의 너무 적은 음식섭취를 하는 초저열량식사는 두통이나 저혈압, 빈혈, 위장관기능 이상과 같은 부작용뿐 아니라 중단 후 급격한 요요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비만한 사람은 대체로 운동을 싫어하거나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질환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져 있다. 따라서 처음에는 준비운동부터 시작해서 하루 20분씩부터 1주 간격으로 10분씩 늘려 약 1시간 정도를 유지하는게 좋다.

식욕억제제나 지방흡수차단제 같은 약물치료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식사와 운동요법 없이 약물만으로는 효과를 보려고 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특히 비만치료에는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약을 사용해야 하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처방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