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칠호 기자
  • 입력 2019.09.17 10:12

지난해 김포 돼지구제역 발생농가서 현장 근무자가 방역선 무너뜨렸는데도 재발방지 조치 없어

지난 7월3일 오후 4시경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멧돼지가 섬쪽으로 헤엄치고 있다.(사진=부안해경 제공)
지난 7월3일 오후 4시경 전북 부안 격포항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서 멧돼지가 섬쪽으로 헤엄치고 있다.(사진=부안해경 제공)

[뉴스웍스=김칠호 기자] 지난 7월 3일 오후 4시경 전북 부안군 변산면 격포항에서 북쪽으로 2㎞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발견됐다.

당시 이 멧돼지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유해조수감사단의 보트를 들이받는 등 공격성을 보여 그대로 사살됐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휴전선 이북지역의 야생 멧돼지가 김포나 강화로 건너오는 것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5월 30일 북한 압록강변 자강도에서 치사율 100%인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 Swine Fever)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에 보고한 이후의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6월 5일 경기북부동물위생시험소를 방문해 “북한의 ASF가 많이 남하했다고 보고 최고수준으로 방역해야 한다”고 주문했으나 그 후 4개월 동안 북한에서 ASF가 얼마나 확산됐는지 확인된 게 없다.

다만 멧돼지가 하루 15㎞ 정도를 이동하면서 다른 멧돼지와 접촉하기 때문에 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멧돼지가 최남단 휴전선 일대까지 내려왔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농식품부가 휴전선 일대 경기도와 강원도 14곳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놓았지만 멧돼지가 휴전선의 이중철책을 뚫고 내려올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진강과 한강이 합류하는 서해안의 김포와 강화에 멧돼지가 물길을 따라 헤엄쳐 내려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예상되지만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포지역 주민들은 지난해 3월 돼지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농식품부가 방역에 상당한 허점을 보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불안해 하고 있다.

지난해 3월27일 오후 3시경 김포에서 돼지구제역 살처분작업을 지휘하던 방역관이 이동제한 조치가 발동된 상태에서 방역초소를 멀리 벗어나서 등산복 차림으로 현장점검에 나선 김진흥 부지사의 지시를 받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지난해 3월 27일 오후 3시경 김포에서 돼지구제역 살처분작업을 지휘하던 방역관이 이동제한 조치가 발동된 상태에서 방역초소를 멀리 벗어나서 등산복 차림으로 현장점검에 나선 김진흥 부지사의 지시를 받고 있다.(사진=경기도 제공)

당시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 소속 방역관 2명이 스탠드 스틸 발령 상태에서 발생농가의 방역초소를 벗어나 200m 떨어진 골목입구까지 무단 이동한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농식품부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그들은 발생농가에서 살처분 작업을 지휘하다 얼굴과 방역복 여러 곳에 오물이 묻은 그대로 골목입구까지 걸어 나가서 등산복 차림의 김진흥 행정2부지사의 지시를 받는 동안 바이러스를 마구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은데도 방역당국은 엉뚱한 곳에서 역학조사를 벌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제19조의2 제1항의 '해당 가축전염병의 전파 가능성이 있는 수의사 등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이동을 중지하도록 명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모호하게 해석하고 있다.

방역정책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경기도 소속의 방역관이 수의사이기는 하지만 19조2의 이동중지 명령 대상은 아니다”면서 “방역관이 이동중지 명령을 어긴 것의 위법성을 따질 수 있는 법규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가축방역업계 관계자는 “스탠드 스틸이 발동된 상태에서 현장근무자가 방역초소에서 멀리 벗어나 다른 사람을 접촉한 것은 문제가 된다”며 “재발방지 차원에서 근무자를 멀리 불러낸 전 부지사가 그 책임을 지거나 당사자들이 문책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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