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17 11:05

'조국 사퇴' 고리로 정계개편 흐름 가속화…부산 하태경, 여주·양평 정병국 '신호탄' 쏴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이 지난 16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바른미래당 분화의 조짐이 역력하다. 바른정당계와 손학규계 사이의 갈등은 '해묵은 내홍'이라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도 있지만, 이번에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양상이 비춰진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런 시각은 지난 16일 바른미래당 내의 바른정당계로 분류되는 하태경·정병국 의원의 동향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조국파면과 자유민주 회복 위한 부산시면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하면서 '조국 법무부장관의 파면 추진을 고리로 자유한국당과의 연대를 공식화했고, 정병국 의원은 같은 날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손학규 당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흐름을 단순한 '조국 사퇴 연대'가 아닌, 바른정당계와 한국당 간의 연대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하태경 위원장은 지난 11일 부산역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부산시당위 귀성인사 자리에서 "진보, 보수 가리지 말고 상식과 양심있는 시민 모두 모이자"며 '조국파면 부산연대'를 제안했고, 이에 한국당 부산시당 유재중 위원장은 "하 위원장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며 "범보수 연대에 함께 모여 오만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조경태 한국당 최고위원도 "조국 장관을 통해 그동안 깨끗한 척하던 그들의 민낯이 드러났다"며 "보수를 넘어, 상식과 양심이 있는 시민들이 모두 모여 조 장관 파면을 위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표면적으로는 하태경 의원의 제안에 한국당의 일각이 환영의 목소리를 낸 것이지만, 실제적으로는 한국당 일각의 스탠스는 한국당 지도부와의 교감 속에서 이뤄진 행동으로 읽혀진다. 즉, 한국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계와 '조국 사퇴'를 고리로 자연스럽게 연합해가는 모양새를 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병국 의원의 같은 날 기자회견도 표면적으로는 손학규 대표는 지난 4월 15일 '추석 때까지 당 지지율이 10%에 미치지 못하면 그만두겠다'고 사퇴 조건을 내걸었던 것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는 모습으로 드러났지만, 이 또한 바른정당계가 독자적으로 한국당과의 연대를 꾀하는 움직임에 대한 손 대표 측의 반발을 충분히 예견한 상태에서 나온 충돌이라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특정 시점에 바른정당계가 손학규계와 갈라서기 위한 '명분 쌓기'에 돌입하기 위한 행보가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대두되는 이유다.

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국 반대가 정치 운동으로 퇴색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또 하나의 진영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며 '조국 반대'를 고리로 한 보수연대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비당권파의 비협조로 대표가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과거의 사퇴발언을 사실상 번복했다.

이에 정 의원은 "정치 지도자로서 할 얘기가 아니다"라며 "왜 최고위원들이 협조를 안 하는지도 대표의 리더십 문제다. 그것을 핑계 삼는다면 지금까지 손 대표가 쌓아온 정치적 역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런 가운데, 정 의원은 16일 국회정론관 기자회견 이후 백브리핑에서 "손 대표가 지금과 같은 상태로 가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중대 결단'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오늘 이 자리에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수도권인 경기도 여주·양평이 지역구인 정 의원의 이 같은 행보는 서울 수도권 출신의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입지의 단면을 드러내 준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가오는 내년 4월 총선에서 보수 색채를 지닌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한국당으로의 입당 내지는 한국당과의 정책연대 없이는 총선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만만찮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 의원의 이날 이 같은 행보는 손학규계와 분리의 선을 긋는 동시에 한국당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다.

한편, 야당의 한 핵심인사는 17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지금은 정중동이지만, 11월쯤 가면 결국, 색채별로 '헤쳐모여'가 되지 않겠느냐"며 "바른정당계와 한국당의 연대가 정계개편의 한 축이 될 것 같고, 민주당과 정의당이 또 다른 한 축이 될 것 같다. 이외에도 손학규 계와 대안정치연대 및 평화당 등이 빅텐트 형태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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