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3.03 15:21

미래산업 성공하려면 '오픈이노베이션(OI)'으로 벽허물고 서로 손잡아야

벽을 허물자. 산업계에 '오픈 이노베이션(OI‧개방형 혁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난 2003년 미국 버클리대의 헨리 체스브로 교수가 제시했다. 그동안 이 이론은 연구개발(R&D)분야의 혁신프로그램 정도로 여겨져왔다. 다국적 제약회사간 협업사례가 대표적이었다. 어느덧 이 이론이 세상에 나오고 13년이 지난 2016년. 세계 산업계는 자율주행차·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등 미래 신수종 사업을 준비하면서 '오픈 이노베이션'에 어느때보다 더 주목하고 있다. 

OI 통한 협업없이 미래산업 가능성 희박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동차로 집약되는 미래자동차산업, 사물인터넷 기반의 전자산업과 의료기기 사업 등 오픈 이노베이션 정신을 구현할 협업은 이제 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경쟁력 확보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추진해야할 선결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정선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오픈이노베이션이 이제 산업계 전반에 걸쳐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의 추진방식도 업체와 업체간 협력에서 벗어나 업체의 소프트웨어를 불특정다수인 소비자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기술? 테슬라는 감추지않고 개방했다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전기차 'S'모델의 배터리 플랫폼. 테슬라모터스는 배터리 핵심 특허기술을 공개했다.

미국의 테슬라모터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사례다.
테슬라는 지난 2014년 6월 보유하고 있는 핵심특허인 배터리기술을 외부에 공개했다. 배터리 기술은 전기차 산업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며 핵심 경쟁력이다.
기존의 산업 생태계 안에서 생각해보면 테슬라의 이같은 결정은 매우 이례적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입장은 달랐다. 전기차라는 새로운 불모지를 개척해 나가자면 기술표준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후발기업들이 테슬라가 공개한 배터리기술로 전기차를 개발하면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궁극적으로 테슬라 중심의 전기차 부품 생태계를 갖춰 전 세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테슬라의 결정의 옳고 그름은 앞으로 3~4년후 판가름 나겠지만, 핵심특허기술 공개 후 2년 가까이 지난 현재, 전기차 부문에서 테슬라의 독보적 지위는 변함없다.

OI, 소통하는 Two way 방식으로 진화
LG경제연구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오픈이노베이션의 진화’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오픈이노베이션 사례는 테슬라 뿐 만이 아니다. 구글의 크롬의 성공사례를 비롯해 다국적 제약업체(테바‧노바티스‧사노피),레고, 샤오미 등 다양하다.
이 가운데 레고와 샤오미의 사례는 눈에 뛴다. 기업간 기술협업 프로그램 가동이 아닌, 소비자와의 소통을 통한 연구개발 사례이기 때문이다.

레고는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들이 온라인을 통해 레고의 대표적 제품인 블록장난감모듈을 디자인‧주문 하도록 했다. 이렇게 모아진 아이디어는 소비자들의 투표를 통해 가장 높은 득표를 얻은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레고의 장난감 수요를 아이에서 어른에게까지 확대시키는 데 공헌한 이른바 투웨이(Two Way)방식 오픈 이노베이션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샤오미는 창업 5년만에 자산가치가 450억달러 기업으로 초고속 성장한 중국의 샤오미도 눈여겨 볼만하다. 샤오미는 사용자를 제품의 기획자이자 개발자, 마케터로 활용하는 ‘투 웨이 오픈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을 통해 충성도 높은 고객그룹 ‘미펀’을 만들었다. 미펀의 지난해말기준 회원수는 900만명이다. 미펀 회원들은 제품 개선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같은 아이디어는 제품에 즉각 반영된다. 미펀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팬덤 마케팅’은 샤오미의 초고속 성장을 있게한 밑거름이었다. 고객을 샤오미의 전도사로 만들어낸 것이다.

미래차 개발, 협업 시스템 구축이 관건
미래자동차산업의 미래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성수 서울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휴대폰 업체가 자동차를 만들 수 없고 자동차업체가 휴대폰을 만들수는 없지만 휴대폰업체와 자동차업체가 힘을 합치면 자율주행차를 만들 수 있다”며 “독일이나 미국의 사례를 볼 때 협업없이 미래자동차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채우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최근 미래자동차 융합 얼라이언스 협회가 조직되고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에도 삼성전자‧현대차등이 참여하는 기술개발 협의회가 출범된 것이다.

장 연구위원은 “진화하고있는 오픈이노베이션 트렌드를 얼마나 빨리 흡수하느냐에 따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첨단산업 기술을 확보하는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며 “기업들간 협업을 통한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빠른 결정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오픈 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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