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9.18 09:41

GM, 북미에서 수년간 흑자 기록했는데도 4개 공장 폐쇄·1만4000여명 감원 결정
한국 GM, 5년간 누적 적자 4조원…노조, 그룹내 고조되는 위기감 제대로 인지못해

한국지엠 노조가 9일 부평공장에서 사측의 무응답에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노조)
한국지엠 노조가 9일 부평공장에서 사측의 무응답에 파업을 강행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노조)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한국과 미국의 GM 노조가 동시에 파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파업의 이유가 한국은 ‘임금 인상’이고, 미국은 ‘고용안정’으로 다르다. 한국 GM 노조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다.

미국 자동차 산별노조인 UAW(전미자동차노조)는 지난 16일(현지시각)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자동차, 항공우주, 농업기계 분야 등 노조의 상급단체로서 단체교섭권을 갖고 있는 UAW에 속한 GM 노조는 2007년 이후 12년 만에 파업을 진행했다.

미국 GM 노조의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UAW의 테리 디테스 부위원장은 “노·사가 수개월간 협상했지만 공장 폐쇄에 따른 고용안정 보장, 의료보험, 복지 개선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파업 이유를 밝혔다.

한국 GM 노조는 지난해 구조조정을 위해 조합원들이 고통분담에 참여했으므로 올해 기본급 5.65% 인상 등의 협상안과 생산물량 확보 방안 등 미래발전전략을 회사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회사와 협상을 벌였다. 사측이 임금동결을 고수해 2002년 GM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GM, 미국 내 4개 공장 폐쇄 방침…노조 고용안정 보장 요구

GM은 글로벌 구조조정을 위해 지난해 11월 미국 내 디트로이트시 햄트램크,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미시간주 워런,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4개 조립공장을 폐쇄하고, 1만4000여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GM의 파업은 사측의 구조조정 진행으로 노조가 일자리 보장을 주장하면서 갈등이 격화돼 진행된 파업이다. 미국 노조의 파업으로 미국 내 30개 공장, 22개 부품창고가 업무를 중단했다.

사측(GM)은 올해 말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 공장 폐쇄 후 전기차 공장과 배터리 공장을 가동해 일자리를 보장한다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노조는 전기차와 배터리 공장 가동까지 최소 4년이 걸려, 공장이 가동되기까지 일자리 공백이 생겨 동의하지 않고 있다. 

미국 GM 노조는 조립공장 폐쇄에 대해 사측이 북미지역에서 수년간 흑자를 기록해왔다며, 오하이오주와 미시간주에 있는 조립공장 폐쇄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GM은 시장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수익성 강화 차원에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 GM, 누적적자 4조원 이상…노조, 기본급·성과급 인상 요구

한국 GM 노조는 지난달 4일에 걸쳐 생산직과 사무직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을 진행했고, 지난달 22일부터는 생산직 조합원들의 잔업과 특근 거부도 진행해 오고 있다.

한국 GM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인천 부평2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 전망 계획, 부평 엔진공장 중장기 사업계획, 창원공장 엔진생산 등에 대한 확약도 담겨있다.

이러한 내용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중에 한국 GM 사측에서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물량 일부가 다른 국가에 넘어 갈 수도 있다”며 회사가 위기 상황임을 강조하는 발언에 노조가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사측이 노조의 요구에 대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누적 적자(순손실 기준)가 4조원에 달하는 등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임금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노조는 사측과 간격을 좁히지 못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3일간의 전면 파업으로 인해 한국 GM은 약 1만대 가량의 생산차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GM은 “신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신형 CUV 등 신차 물량을 확보했으며, 쉐보레 수입차를 통해 판매량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노조가 약속을 지킨다면 내년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노조의 파업철회를 바라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잦은 부분파업과 추석연휴 전 진행된 3일간의 전면파업은 노조가 한국 GM의 군산공장 폐쇄 이후 진행하고 있는 회생계획을 방해하는 모습”이라며 지적하고 있다. 일부 금융 전문가는 “GM그룹 내 위기감이 고조되는 심각한 상황을 한국 GM 노조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핵심은 한국 GM이 회생계획을 실행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판매를 늘려 이익을 내려면 제대로 된 신차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수년간 영업적자로 한국 GM은 현재 신차 개발의 여력이 없는 상태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쉐보레 차량이 국내 판매 모델의 70%에 달한다. 수입 모델 비중이 이처럼 높지만 판매실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GM 노조 파업에 대해 한국 GM 노조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노조가 동시에 파업에 돌입한 것은 GM의 경영 전반에 대한 문제가 표출된 것으로 미국 노조의 파업과 동조해 목소리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반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미국 노조는 공장 폐쇄에 대한 일자리 보장이라는 명분이 있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 규모가 크기 때문에 GM이 빠르게 합의 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GM이 미국 노조와 합의하는 과정에 한국 GM 노조는 명분에서 밀려 배제될 가능성도 보인다”고 예측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