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18 15:15

"핵발전소 때문에 거주이전의 자유 박탈당한 채 거대한 수용소에 억류됐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개최된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개최된 '정부와 한수원은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 이주대책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에서 참여주체들이 '원전이 내뿜는 방사능 피폭, 한수원은 책임져라'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 환경운동연합)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월성원전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이하, 이주대책위원회) 주민들의 천막농성이 지난 8월 25일을 경과하면서 만 5년을 넘긴 가운데, 이주대책위원회는 "시민사회와 연대해 오는 21일 오후 4시 천막농성장에서 5주년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주대책위원회는 18일에는 핵발전소 주민들의 고통 해소에 우리사회의 양심들과 정부가 적극 앞장 설 것을 호소하는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한국수력원자력과 정부는 핵발전소 인접지역 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주대책위원회의 이날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은 서울에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개최됐고, 대구광역시에서는 '생명평화나눔의 집'에서 '핵없는세상을위한대구시민행동' 주최로 열렸다. 더불어 울산광역시에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과 '고준위핵쓰레기 월성임시저장소 추가건설 반대 울산북구주민대책위'가 공동 주최했고, 경주시에서는 경주시청 브리핑룸에서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및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의 주최로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주대책위원회는 "매일 같이 핵발전소의 돔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후쿠시마 핵사고와 크고 작은 국내 핵발전소 사고 소식은 끊임없는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삼중수소를 비롯한 일상적인 방사능 피폭이 일어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암 환자가 유난히 많다"면서 "어린 자녀를 둔 주민들의 두려움은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특히, "하루빨리 핵발전소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싶지만, 집과 논밭 등 자산을 처분하지 못해 떠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거주이전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거대한 수용소에 억류돼 있다"며 "이 모든 비극은 핵발전소에서 비롯됐다"고 질타했다. 
 
그동안 이주대책위는 "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이주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2건 발의시키는데 기여하는 등 노력해왔지만, 이 법안은 아직 통과되고 있지 못하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산업부도 '발전소 인근지역 주민 집단이주제도의 타당성 고찰 및 합리적 제도개선 방안연구' 최종 보고서(2016년 1월 31일)에서 최인접 마을을 (가칭)간접제한구역으로 지정해 완충지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말했지만 실행이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언제까지 핵발전소 지역 주민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라고 강요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최근 활동을 시작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는 배제돼 있다"며 "핵발전소 인근에서 40년 넘게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온 주민들의 삶을 외면하면서, 핵폐기물의 위험성을 논하고 관리 정책 수립하겠다는 것은 고통의 재생산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주대책위원회와 연대하는 전국의 시민사회는 주민 이주대책 논의 없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에 반대한다"면서 "핵발전소 주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주민들의 5년이 넘는 농성과 호소에 이제는 답을 할 때"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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