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09.21 11:00

80~90년대 향수 자극한데다 가격도 저렴해 인기

(이미지제공=세가퍼블리싱코리아)
지난 19일 출시된 '메가 드라이브 미니'. (이미지제공=세가퍼블리싱코리아)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최근 게임 업계 트렌드 중 하나는 과거의 인기 있던 것을 현재에 맞춰 재현하는 '복각'이다. 이에 발맞춘 '복각 게임기'가 출시되며 게이머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세가를 대표하는 게임기 '메가 드라이브'의 복각판 '메가 드라이브 미니'가 19일 정식 발매됐다.

메가 드라이브는 1988년 일본에서 발매된 가정용 게임기로, 세가에서 판매한 기기 중 가장 많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삼성전자가 '슈퍼 알라딘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메가 드라이브 미니는 발매 전부터 화제가 됐다. 원본 게임기 자체도 인기가 많았으며 총 42종에 달하는 타이틀을 수록했다. 기기 발매 20년을 기념한 신작 게임 '다리우스'와 '테트리스'가 포함된 것도 주목받았다.

설정 언어에 따라 게임 내 글자도 바뀌는 '다국어 지원 기능'도 적용했다. 우리나라에 한국어화 발매된 '스토리 오브 도어'는 한국어로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일본, 아시아, 유럽, 북미 등 각 시장에 맞춰 타이틀을 수록한 점과 유럽과 북미판은 3버튼, 일본과 아시아판은 6버튼 컨트롤러를 넣는 등 각 시장에 맞춰 상품 구성을 차별화했다.

'도쿄게임쇼 2019'에서 만난 세가 게임즈의 오쿠나리 요스케 아시아 사업부 콘텐츠 리더는 "하나의 게임에 여러 버전이 있을 경우 전부 넣고자 했다. 버전마다 언어 외에 차이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최대한 전부 수록하고 싶었다"라며 "컨트롤러의 차이도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춘 것이다. 북미와 유럽은 3버튼 컨트롤러만 출시했기에 이에 맞춰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복각 게임기 열풍의 시작을 알린 '패미컴 미니'. (이미지=닌텐도)

지난 2016년 닌텐도가 '패미컴 미니'를 내놓으면서 불기 시작한 복각 게임기 열풍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닌텐도는 패미컴 미니와 '슈퍼 패미컴 미니'를 연이어 출시해 80~90년대 게임을 좋아하는 레트로 게임 마니아로부터 호평받았다.

코나미도 복각 게임기 열풍에 가세했다. 1987년 일본에 발매된 'PC 엔진'을 소형화한 'PC 엔진 미니'를 오는 2020년 출시할 예정이다. 도쿄게임쇼 2019에서도 PC 엔진 미니가 전시됐다.

이처럼 복각 게임기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 것과 동시에 적절한 가격 정책 덕분이다.

패미컴 미니는 5980엔(한화 약 6만 6000원), 슈퍼 패미컴 미니는 7980엔(한화 약 8만 8000원), 메가 드라이브 미니는 7만 9800원 등으로 30만원 이상인 현 세대 기기에 비해 많이 저렴하다.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게 만들고 주요 인기 게임을 내장한 것도 인기 비결이다. 언제 어디서나 모니터에 연결만 하면 손쉽게 추억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기기의 전반적인 디자인 등 고유성(오리지널리티)은 해치지 않고 이동과 보관까지 고려해 복각한 점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모든 복각 게임기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은 아니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클래식'은 부실한 라인업과 화질 문제 등으로, SNK의 '네오지오 미니'는 아쉬운 조작감과 부족한 서비스, 비싼 가격(12만 9800원) 등을 지적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계의 르네상스라 할 수 있는 80~90년대를 추억하는 게이머는 여전히 많다"며 "어렸을 때 게임을 즐겼던 이들이 현재 사회 주요 소비층이 되면서 복각 게임기 열풍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의 추억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기기의 완성도가 더 중요하다"며 "단순한 팬심으로는 눈이 높아진 현대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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