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09.22 03:55

인은, 수신 경쟁력 상실 우려...시은, 디지털 전환 가속해 인은化
은행이 기본금리, 홍보 원하는 기업이 우대금리 주는 트렌드 출현

(그래픽=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세계 각국에서 미중 무역전쟁, 글로벌 경기 둔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플레이션 자극, 경기 활성화를 위해 꾸준히 금리를 낮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실정이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치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2.00~2.25%에서 1.75%~2.00%로 0.2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10여년 만에 처음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올해만 두 번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 같은 통화완화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파월 의장과 연준이 또 실패했다"며 "배짱, 센스, 비전도 없는 끔찍한 소통자"라고 비판했다. 제롬 의장이 "현재 경기가 하강하고 있지 않다"며 추가 인하 기대감을 일축한 탓이다. 또한 FOMC 위원 17명 중 5명은 금리 동결, 5명은 금리 인상을 전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 연준이 목표로 정한 물가상승률 목표(2%)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도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처럼 미국도 마이너스 금리로 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요 경제국가들도 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였다.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은 예금금리(상업은행→중앙은행)를 기존 -0.4%에서 -0.5%로 0.1%포인트 내렸고, 일본은 지난 19일 단기 정책금리(금융사→금융사)를 –0.1%로 동결하기로 하면서 비둘기적(통화완화적) 입장을 고수했다.

그렇다면 미국 등 기축통화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까. 만약 한국이 마이너스 금리 수준으로 넘어가면 국내 은행산업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수수료 수익 확대, 이종간 제휴로 마이너스 금리에 대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은, 인은이나 차이 없어진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한 가지는 개인이 은행에 돈을 맡기면 찾을 때 원금보다 적게 받는다는 이야기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마이너스 금리 국가에서 개인과 기업고객은 은행에 돈을 예금하면 있으나마나한 금리를 받을지언정 원금을 떼이진 않는다. 금융사가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에 대해서만 대출 활성화를 위해 벌금 성격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면 고객에게 사실상 제로 수준의 금리를 줄 수밖에 없어 매력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국내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금리가 강점이었다. 수신금리가 제로 금리 수준이 되면 굳이 인터넷은행을 찾을 필요가 없어진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면 시중은행이든 인터넷은행이든 모두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하지만 인터넷은행은 무점포 영업 덕분에 인건비가 적어 사정은 시중은행보다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현실은 업계 관계자의 설명과 다르다. 일본 리딩뱅크 미쓰이쓰미토모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0.01%다. 인터넷은행 세븐뱅크의 동일 상품 금리는 0.02%다. 카드론 대출(50만엔 이하) 금리는 오히려 미쓰이은행(12~14.5%)이 세븐뱅크(15%)보다 낮았다.

시중은행은 인터넷은행과 동질화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수익 저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인건비 감축이 필요하다. 지금도 점포 축소, 통폐합 움직임이 강하지만 제로 금리에 다가갈수록 이 같은 움직임은 명분을 얻고 점점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산업과의 제휴 활발해질 것"...은행의 플랫폼化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들어간다고 해서 은행이 수신경쟁에 무관심할 수 없다. 여신금리도 더불어 낮아지겠지만 예금을 받아야 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신 경쟁력을 높이면서 비용을 줄이는 이종산업과의 연대가 새로운 생존전략으로 급부상할 듯하다. 기본금리는 은행이 제공하고 우대금리는 홍보를 원하는 제휴 기업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최근 은행들의 영업행위를 보면 비슷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대표적인 예로 SC제일은행과 간판결제업체 페이코의 제휴 적금상품을 들 수 있다. SC제일은행은 기본금리를 연 1.6% 제공하고 페이코는 해당 상품 가입 고객이 월 1회 이상 페이코 간편결제를 이용하면 연 1%, 무료 신용정보를 조회하면 연 0.5%의 우대금리를 페이코 포인트 형태로 준다. 은행 금리가 아니기 때문에 과세대상도 아니다.

하나은행은 신세계TV쇼핑과 손잡고 적금상품을 냈다. 기본금리는 하나은행이 주고 우대금리는 신세계TV쇼핑이 자사몰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캐시백 형태로 준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들어서면서 은행들이 비용을 줄이면서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비대면 상품 가입 시 우대혜택을 주는 게 트렌트였다"면서 "이제는 은행이 이종업종의 기업과 제휴해 상품을 만들어 상생하고 제로금리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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