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19.09.23 03:15

BOJ, -0.1% 정책금리 유지…미쓰비시UFJ, 내년 신입행원 절반만 뽑기로

일본의 3대 리딩뱅크로 꼽히는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22일부터 각 회사의 ATM을 이용해 두 회사의 계좌로 송금할 경우 이용수수료를 면제해준다고 19일 밝혔다. (사진=간사이티비 뉴스 캡처)
일본의 3대 리딩뱅크로 꼽히는 미쓰비시UFJ은행(위쪽)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아래쪽)은 22일부터 각 회사의 ATM을 이용해 두 회사의 계좌로 송금할 경우 이용수수료를 면제해준다고 19일 밝혔다. (사진=간사이티비 뉴스 캡처)

[뉴스웍스=이정은 기자] 2016년 1월 말 일본중앙은행은 아시아지역에서 최초로 단기 정책금리에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전세계에서 덴마크, 유럽중앙은행(ECB), 스웨덴, 스위스에 이어 다섯 번째다. 우리나라도 '제로 금리 시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일본이 저금리 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살펴보면 우리에게도 조만간 닥칠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지난 19일 이틀 간의 금융정책회의를 마치고 단기 정책금리(금융사→금융사)를 -0.1%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단기 정책금리는 일본 금융회사가 잔여자금을 다른 금융회사에 단기로 빌려줄 때 적용하는 금리다.  

이에 따라 주요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축소 부담을 덜기 위해 예금 금리를 낮췄다. 일본 3대 리딩뱅크로 꼽히는 미쓰비시UFJ은행,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발표 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2월 중순 보통예금의 금리를 0.020%에서 0.001%로 일제히 낮췄다.

◆은행권, 초저금리 장기화에 '계좌 수수료' 검토...소비자는 반발

BOJ가 9일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일본 금융권은 수익 창출 모색에 나섰다. 그 중 하나로 예금계좌에 수수료를 붙일 전망이다.

하시모토 마사루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 사장은 18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계좌 유지 수수료'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수수료 도입으로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자금을 인출해 집에 쌓아 놓는 '장롱예금'이 늘어날까 우려된다"면서도 "은행의 수익성 악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수수료 도입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후 3년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큰 타격이 없었던 일본 시민들은 일반예금에 수수료를 도입하려는 시중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다. 해당 인터뷰 기사 댓글에서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일본 네티즌은 "지금까지 은행들이 국가 세금으로 많은 지원을 받아 성장했는데, 마이너스 금리라는 핑계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려 한다"고 은행들을 비난했다.

◆인터넷은행 세븐, 접근성 높은 편의점 ATM 수수료로 급성장

실제로 일본 은행들은 초저금리 지속으로 이자이익이 줄어들어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데 고심했다.

일본의 인터넷은행 세븐은행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ATM 기기를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용 제휴를 맺은 금융기관으로부터 현금 인출 등의 수수료를 받는다. 세븐은행은 일본 전국에 20일 기준 2만5325대의 ATM을 설치했다. 이는 일본의 메이저 은행 중 하나인 우체국은행의 ATM개수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러한 전략이 들어맞아 세븐은행은 지난 2018년 1489억엔(한화 약 1조6417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리딩뱅크의 생존전략...신입채용 규모 감소, 제휴사 수수료 0원 도입

일본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이 저하돼 예금 수수료 도입 등의 ‘앓는 소리’를 하면서 인원 감축 등에서 자구책을 찾고 있다.

미쓰비시UFJ은행은 2020년 4월에 입사하게 될 신입 직원을 올해 대비 45% 줄어든 530명 규모로 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작년 대비 10%, 미즈호은행은 20% 정도를 축소 선발한다고 전했다. 특히 미쓰비시UFJ은행은 미쓰비시은행과 UFJ은행이 합병하며 출범된 이후 가장 적은 규모로 신입 직원을 뽑는 것으로 알려졌다. 3대 리딩뱅크는 앞으로도 은행 총 직원수를 줄일 전망이다.

또한 수수료를 줄여 인터넷은행으로 빠져나가는 소비자의 마음을 공략할 예정이다.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각 사의 ATM을 이용해 양 사의 계좌에 송금할 경우 수수료를 없애는 서비스를 이달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이 부실해지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카시마 마코토 일본 전국은행연합회장은 19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 유지로)은행 수익이 악화되면 은행의 건전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며 "은행의 건전성이 손상되면 금융 중개 기능이 저하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