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9.23 21:46

2019년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개선 환율효과 등에 기인한 측면 커
내연기관 효율화·신차 출시, 전동화 투자 관련 비용부담…규제수준 미충족 페널티 부담 가중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 (사진제공=현대차)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실적하락으로 지난해 11월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이후 올해 2분기 실적이 반등하며 신용도회복에 유리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도 회복을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판매 실적 확보가 중요하며, 친환경차 경쟁력 확보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9일 한국신용평가는 웹캐스트 세미나를 통해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도 이슈와 최근 실적 및 제약요인에 대해 점검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 애널리스트는 현재 현대·기아차의 등급전망을 부적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지난해 11월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변경한 이후 분기별 실적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며 “2019년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개선은 환율효과 등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김호섭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둔화와 환경규제 강화, 산업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의 투자성과 불확실성 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당사는 ‘부정적’ 등급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회복과 수익성 개선세가 지속될 경우, 단기적인 수익성 반등이 아닌 추세적이고 본원적인 수익창출력 개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모니터링 기간이 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현대·기아차의 수익성 개선세가 중단되거나, 크레딧 이벤트 혹은 사업경쟁력 약화 등에 의해 실적이 재차 저하되는 경우에는 등급 하향조정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요 글로벌업체 무디스 신용평가 변동사항(자료출처=한국신용평가)
주요 글로벌업체 무디스 신용평가 변동사항(자료출처=한국신용평가)

현대차는 지난 6월 한국신용평가 정기평정에서 트리플A 등급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장기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했다.

올해 2분기 펠리세이드 등 SUV 판매 호조로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며 최고 등급을 현재 유지하고 있다.

세미나 발표 자료에 따르면 2분기 현대·기아차는 수익성이 반등했으나, 환율효과를 제외하면 실제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 판매단가 상승 등 SUV 위주 신차 출시의 긍정적 효과도 분명하지만, 주요시장의 수요 부진으로 글로벌 판매량 감소와 차량 전동화, 고사양화, 경량화 등으로 원재료비 및 기타 비용 증가로 개선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당면과제로는 중국시장의 실적부진 심화와 미구시장에서 2017년 이후 저하된 판매량 및 점유율, 부진한 수익성의 회복이 중요 사안이다. 또한 서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전동화 경쟁 심화와 패널티 부담이 실적개선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에서의 실적부진은 신용도에 부담
중국 시장에서 실적 부진은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가장 큰 부담요인이다. 현지 내수시장의 수요 감소 영향으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단기간 내 판매량 및 실적개선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며, 장기화될 경우 중국법인 재무구조 저하로 본사의 재무적 지원 부담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협력부품업체들의 주력 해외시장인 중국시장의 영업환경 저하가 부품업체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부품 조달 등 영업수익구조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판매량 및 점유율 회복이 과제
 미국시장에서 최근 판매량이 개선되어도 미국법인 수익성은 저조하다. 신차 출시와 SUV 비중 확대로 최근 현대·기아차 미국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19년 상반기 누적판매량(64만8000대)과 점유율(7.7%)이 여전히 2017년 이전 수준인 평균점유율 8%(2014~2016년), 연평균 판매량 137만2000대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당분간 SUV 판매 증가세가 이어지겠지만, 세단 판매 감소가 전체판매량 성장을 제약할 것으로 보이며, SUV신차 경쟁과 이에 따른 인센티브 부담으로 판매량 증가에도 미국법인의 수익성 개선 속도나 절대이익 규모는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 기아차 수익성 추이(자료 출처=한국신용평가)
현대 기아차 수익성 추이(자료 출처=한국신용평가)

◆서유럽 등 주요 자동차 시장 환경규제 강화…전동화 경쟁 심화, 페널티 비용부담 가중
서유럽(EU) 지역에서 업체별로 2020년까지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5g/㎞이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페널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현대·기아차는(2018년 기준 대당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현대차 123.3g/㎞, 기아차 120g/㎞) EU지역에서 EV신차 출시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친환경차 판매량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서유럽(EU) 지역에서 2019년 상반기 이상의 높은 친환경차 판매 성장을 지속할 경우 2020년까지 규제수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페널티부담이 현실화 될 수 있다.

또한, 내연기관 효율화 및 신차 출시, 전동화 투자 관련 비용부담과 더불어 규제수준 미충족으로 페널티 부담까지 가중될 경우 수익성에 적지 않은 부담요인이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친환경차량 시장에서 중상위권의 판매량을 확보하고 있다. 2019년 상반기 기준 HEV(하이브리드)포함 4위, 전기차(BEV) 기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HEV는 일본업체(Toyota), 전기차(BEV)는 순수전기차 업체(Tesla, BYD)가 주도하고 있으며, 폭스바겐 등 경쟁사들의 대폭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대 계획 등으로 향후 친환경차 시장에서 입지가 변동될 가능성도 있다.

주요 완성차업체 수익률(자료 출처=한국신용평가)
주요 완성차업체 수익률(자료 출처=한국신용평가)

김호섭 수석 애널리스트는 “친환경차 시장 성장(전동화)의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그 속도나 폭에 있어서는 변동성이 높다”며 “높은 원재료비(배터리 가격 등) 및 고정비 부담(규모의 경제 미흡)으로 아직까지 전기차 대당 손익은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는 등 채산성이 낮은 친환경차량의 판매비중 확대는 전체 수익성 개선을 제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율주행, 차량공유에 대한 투자도 불가피하나, 신규 업체와의 경쟁이나 핵심기술 개발, 공유플랫폼 구축 등 투자성과의 불확실성이 크다. 결국, ‘미래 대응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의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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