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24 11:27

신범철 "제재유지 강조된 것 볼 때 북미 실무협상에서 긍정적 요인 보이지 않아"
우정민 "김정은 선택 따라 3차 북미정상회담은 급물살을 타거나 답보상태 머물 것"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를 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백악관 홈페이지)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밝힌 가운데,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미 정상 간의 '뉴욕 외교'에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24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한·미·일·북한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교 안보 관련, 4원 4차 방정식에 대해 나름의 분석과 향후 전망을 뉴스웍스에 털어놨다.

정치권에서 외국·안보 전문가로 손꼽히는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정치상황상 오로지 남북관계 개선에만 더욱 더 매달릴 것 같다"며 "문 대통령이 남북관계 촉진자에서 아웃사이더로 밀려버린 자신의 처지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정확한 계산없이 미국에게 우리가 많은 것을 양보할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남북·미북 관계 사이에서 국외자로 전락한 상황에서 다시 원 상태로 복귀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복귀하려면 우리가 미국에 대해 저자세 외교로 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한과 미국이 맞이한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사실상 시간은 미국 편이라고 본다"며 "북한은 미국에 대해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는 했지만 북한 경제가 너무 안 좋아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미국 창구를 최대한 이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장 급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보는데 이런 상태에서 과연 (미국과) 협상다운 협상이 되겠느냐"며 "협상의 파트너십으로 가는 게 아니라, 약자 입장에서 일은 벌려놓고 감당은 안 되는 상황에 몰려있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한미 간 정상회담이 비공개회담이라는 점에 대해 의구심이 간다"며 "문 대통령이 미국 측으로부터 지소미아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박 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과 관련된 압박 등을 받을 것이 우려된다"며 "이렇게 되면, 국고에 부담을 주게 됨은 물론이고, 국격까지 추락시킬 우려가 다분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더해, "아무래도 일본 측이 미국 측에게 한국에 대해 지소미아 문제를 빨리 풀게끔 해달라고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회담을 비공개로 했다는 것은, 지난번에 미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라고 한국 측에 권고했는데도 이에 반하는 결정을 했던 것을 빨리 시정하라고 미국 측이 재차 요구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지소미아(GSOMIA)란, 한국과 일본이 지난 2016년 체결한 유일한 군사협정으로 북한의 병력 이동과 사회 동향, 북 핵·미사일 관련 정보 등을 일본과 공유해왔다. 그러다가 지난 8월 22일 문재인 정부는 이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24일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오른쪽 두 번째) 등 15명이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하태경 의원 징계 무효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24일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오른쪽 두 번째) 등 15명이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하태경 의원 징계 무효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원성훈 기자)

'한미동맹의 전망'에 대해선 그다지 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금, 동북아 문제와 관련해 주도권은 미국과 북한이 잡고 있다"며 "국력이 북한의 52배나 된다는 우리나라가 이게 뭔지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은 맞는데, 지금의 현실은 이미 어려워진 것으로 본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후에 미국에게 보여줬던 일련의 행동들에 대해 미국은 대단히 낮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앞서 전날인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쉐라톤 뉴욕 타임스 스퀘어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 유엔 총회 참석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북한이 얘기하고 있는 안전보장 문제나 제재해제 문제 등 모든 것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임한다는 것이 미국 측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한 반박이 나왔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이 뉴스는 맥락이 맞지 않는 말"이라며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서 제재완화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브리핑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마도 안전보장과 제재완화에 대해 우리의 희망을 섞어서 이야기한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은 전혀 논의되지 않은 것 같고 제재유지가 강조된 것을 봐서는 북미 실무협상에 긍정적 요인은 보이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비핵화 논의는 원론 수준인데, 미국이 실무협상을 위해 카드를 아껴둔 것이라면 모를까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또한, "우리측이 설명한 방위비 분담 관련 논의가 적지 않은 분량인 것을 보면 미국도 그 이상을 이야기했을 것 같고, 그렇게 보면 짧은 시간에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계속해서 "한미동맹을 핵심축으로 설명하고 동맹강화를 강조한 것을 보면 최근들어 악화되고 있는 동맹 복원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본다"면서 "결론적으로 현상 변경의 내용은 보이지 않고 현상유지의 정상회담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외교 안보 전문가인 우정민 바른미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안전보장에 대한 북한의 구상은 비핵화를 조건으로 하는 체제나 정권의 보장 요구가 될 것"이라며 "이런 의미에서 한미는 북한이 말하는 안전보장이 부자세습으로 이어지는 김정은 정권의 보장인지, 북한을 사회주의 체제나 '주권국'(sovereign nation)으로서의 인정과 이에 따른 안전보장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바라는 안전보장이 전자일 경우 독재정권을 인정하는 모양새로, 후자일 경우 미국의 세계전략(NSS)에서 변하지는 않는 원칙, 즉 미국 주도의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의 세계 확산에 배치되는 것이기에 인정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김정은이 원하는 안정보장이 체제나 정권의 보장을 요구하고 이를 비핵화 전제조건으로 제시할 경우 북미정상회담도 회의적일 것"이라며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동맹 관계에서 북미 사이에 이 간극의 차이를 메꾸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유엔·한미 각자가 바라는 비핵화의 정의에 따르는 로드맵은 강 장관의 말처럼 가장 큰 과제이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며 "유엔의 로드맵은 북한 내 유엔 핵 사찰단의 전방위 전수조사와 검증에 관한 김정은의 적극적 협조가 관건이 될 것이며, 트럼프가 바라는 비핵화의 첫걸음은 본토공격의 위협이 되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의 완전한 제거가 최우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김정은이 어떤 선택지를 택하느냐에 3차 북미정상회담도 급물살을 타거나 답보상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꿈꾸는 비핵화는 남북 화해 분위기 조성에 우선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비책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한미는 상충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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