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09.24 16:12

사측 "팀GM 성과급 제안했지만 노조가 거부"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임한택 한국지엠 노조 지부장이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손진석 기자)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한국지엠 노조는 "성과급 및 임금 차별, 적자누적과 경영실패에 책임있는 경영진들은 즉시 물러나야한다"며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및 경영진의 퇴진을 촉구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24일 오전 인천 부평공장 본관 앞에서 임한택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와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카허 카젬 사장이 차별적인 경영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경영진이 스스로 퇴진하지 않는다면 투쟁을 통해 퇴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임한택 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국지엠 노동자는 일당제로 급여를 받기에 파업을 하면 급여가 깎여 경제적 어려움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에 돌입한 것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 지부장은 "회사는 올해 초 모든 팀장급 이상에게 팀GM 성과급을 1인당 평균 1700만원 지급했다"며 "작년에도 조합원은 회사를 살리고자 고통분담차원에서 인당 2000여만원을 양보했는데 팀장들에게는 15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임 지부장은 "2018년 경영적자가 8000억원이라면서 팀장급에게는 임금인상도 해주고 성과급도 지급한 것"이라며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조합원들에게는 단 한 푼도 줄 수 없을 수 있고, 적자를 이유로 조합원에게 성과급을 못 준다면 팀장급들도 주지 않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부평2공장의 미래 생산계획이 잡혀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사측은 정부로부터 8100억원 지원을 받으며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그렇다면 2022년 이후 부평2공장 생산계획이 없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사는 창원이나 부평 엔진공장의 발전방안에 대해서도 '모색한다'고만 하고 있다. 모색은 생각일 뿐이니 실현 가능한 미래 계획을 약속해야 한다”며 “부평2공장을 비롯한 각 공장의 발전전망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제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사측에 팀GM 성과급 지급 근거를 요구했지만 지급 근거는 고사하고 팀GM 성과급 지금 기준조차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팀GM 성과급은 한국지엠이나 브라질지엠, 미국지엠을 포함한 글로벌 GM(제너럴모터스) 전체의 실적과 성과를 집계하고 평가한 후 그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는 제도다.

한국지엠은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2011년 노조에 팀GM 성과급 제도를 제안했지만 노조가 매년 임단협을 통해 성과급을 받겠다고 고집하며 사측이 제안한 팀GM 성과급제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지엠 임직원과 팀장급 이상 사무직 노동자들은 팀GM 성과급 제도를 적용받고 있지만, 노조를 비롯한 생산직 노동자들은 임단협을 통해 성과급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팀GM 성과급을 따르는 경우, 한국지엠의 성과가 좋지 않아도 글로벌GM의 성과가 좋으면 꽤 두둑한 성과급을 받을 수도 있다. 현 임단협 제도 하에서는 한국지엠의 적자가 지속되면 성과급은 장담할 수 없게 되지만, 팀GM 성과급제에서는 글로벌GM의 결과를 같이 할 수 있어 노동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다만, 한국지엠의 성과가 대단히 좋고, 글로벌GM의 성과가 기대치를 이하일 경우 다소 적은 성과급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난해 6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로 최근 5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고 있으면서도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을 우려해 그동안 성과급을 지급해 왔다"며 "올해를 포함해 지난 3년간 팀장급 이상들에게 지급된 성과급은 팀GM 성과급제에 따른 것이며, 노조에게도 팀GM 성과급제를 동일하게 제안했지만 이를 거부한 것은 노조"라고 전했다.

한편, 노조의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 불매운동 실행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노조는 "쉐보레 브랜드 수입차 불매운동을 당장 시작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다수가 찬성할 경우 과감히 실행할 수 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단순한 '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지난 19일 9차 교섭을 진행했지만, 이렇다할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향후 교섭 날짜 또한 정해지지 않았으며, 교섭이 성사되더라도 진통은 불가피해 보인다.

임 지부장은 "사측이 노조가 수용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교섭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주 월요일에 열릴 차기 쟁대위에서 향후 투쟁방침을 다시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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