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24 17:26

거대 제약사 세르비에 사건 8년만에 법정에…"당뇨약 '메디아토르' 환자 2000명 사망과 관련" 주장

세브리에 Mediator스캔들을 폭로한 이렌 아비숑.(사진: FRANCE24 캡처)
프랑스 세르비에 Mediator스캔들을 폭로한 의사 이렌 아비숑.(사진: FRANCE24 캡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프랑스의 건강스캔들로 세계 의약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세르비에 제약회사의 '메디아토르'(Mediator) 사건이 드디어 법정에 선다. 2011년 소송에 휘말린지 무려 8년여 만이다.

FRANCE24와 BBC방송 등 해외 미디어들은 프랑스 법정에서 세르비에 관계자와 감독관청 관리를 상대로 제기된 과실치사 및 사기, 태만 혐의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고 23일 일제히 보도했다.

메디아토르는 개발 역사가 긴 약이다. 프랑스에서 벤후로렉스(benfluorex)라는 성분명의 '메디아토르'(상품명)는 당뇨병을 치료하면서 비만을 잡을 수 있는 치료제로 1976년부터 팔리기 시작했다. 이후 이 약은 '심장판막을 두껍게 한다'는 유럽 의약청(EMA)의 약물부작용 판정을 받아 2009년 시판이 중단될 때까지 약 500만명에게 처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후에 불거졌다. EMA가 이 약이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에 들어가 최소 500명의 사망과 관련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회사측은 심장 판막질환은 노화와 당뇨로 인해 인구의 2.5%에서 발생된다는 이유를 들어 자사 제품과의 관련설을 극구 부인했다. 하지만 2011년에 들어서 피해자 모임(AVIM) 환자 116명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기나긴 공방전이 시작됐다.

이번 재판에는 무려 23명의 피고가 법정에 세워진다. 여기에 376명의 변호사가 변호를 맡고, 공소장만 677페이지에 이를 정도다.

이렇게 거대 스캔들이 된 데는 프랑스의 약물 시판중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어졌기 때문이다. AVIM은 EMA의 시판 중지에도 불구하고 2009년까지 판매를 함으로써 사망자가 2000여명으로 늘었다며 관계당국의 태만과 묵인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르비에가 이 약의 판매를 통해 최소 10억 유로(1조3천억 원)의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웃나라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유럽국은 2000대 초에 약 판매를 중단시켰다.

파리 재판정은 2020년 4월까지 110일 동안 91명의 희생자를 집중 조명할 예정이지만, 이중 4명은 이미 사망했다. 이와 함께 100명 이상의 증인이 증언대에 선다.

증인 중에는 2007년 약물에 대한 경종을 울린 호흡기내과 전문의 이렌 프라숑이 있다. 그녀는 병원 지하실에 있는 환자기록 보관소를 샅샅이 뒤져 메디아토르의 치명적인 부작용 의혹을 확인했고, 2010년 이를 책으로 엮었다. 이 내용은 2016년 각색돼 의학스릴러 영화인 ‘150 밀리그램’으로 만들어져 상영됐다.

아일러니하게도 제약사 세르비에의 창업자로 메디아토르와의 관련설을 계속 부인해온 자크 세르비에는 2014년 9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메디아토르 스캔들의 불씨를 피운 의사 이렌 프라숑은 “제약사가 계속 책임을 회피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는 스캔들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승리를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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