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정은 기자
  • 입력 2019.09.25 17:40

한일경제인협회, "'우호적 인프라 재구축' 추진 등 5개항 담은 공동성명문 발표

25일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가 끝나고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윤(왼쪽 첫번째) 한일경제협회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왼쪽 두번째)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25일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가 끝나고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김윤(오른쪽 첫번째) 한일경제협회 회장과 사사키 미키오(오른쪽 두번째) 일한경제협회 회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정은 기자)

[뉴스웍스=이정은 기자] 지난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에서 열린 한일경제인회의가 공동성명문을 발표하고 성황리에 폐회됐다.

공동 성명에서 한일 양측은 최근의 한일 관계 악화와 관련, "한일 경제 관계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 정치·외교 관계 복원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라고 밝혔다.

한일경제협회, 일한경제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회의는 매년 한국과 일본에서 해를 번갈아 가며 개최된다.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 상황을 반영, 이번 회의는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인들은 연설을 통해 구체적인 방법론과 함께 한일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일본연구팀장을 역임한 이우광 농심 사외이사는 25일 첫 번째 강연을 맡으며 '한일 양국의 베트남 진출 및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베트남에서 펼칠 신사업으로는 스마트 시티, 인력 육성, 환경문제 해결 등을 제안했다.

이우광 이사는 "한국은 IT 강국이고 일본은 에너지 관리 분야에서 강점을 가져, 양국이 함께 베트남에서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베트남의 공과대학 인력 중 30%가 컴퓨터공학 인력"이라며 "최첨단 인력과 비숙련노동자를 동시에 양성할 수 있으며, 한일 양국은 인력 육성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급속한 발전으로 오염 문제를 겪고 있는 베트남에 꼭 필요한 산업이 바로 '지속 가능한 환경 조성' 이라고 지적한뒤 "이와 관련한 비즈니스에 대한 수요가 있고, 미국도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베트남이 기존에 진행하고 있는 공적개발원조(ODA)를 활용하면 해당 사업을 진행하기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호텔 회의장에서 만난 일본 제조업 관계자들은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가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친 점은 없다고 밝혔다.

반도체 제조공정과 관련, 한국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는 오노 카즈히로 아사히 유키자이 조달팀 매니저는 "7월 수출규제 전후로 우리 회사가 한국측과의 거래량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라며 "지금 정치쪽에서 여러가지 하고 있는데 제조쪽으로는 크게 영향이 없을거라 생각하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공급자 측과 오늘과 내일에 걸쳐 회의가 있는데 '앞으로도 거래에 문제가 없겠지요?'라고 물어볼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일본 철강제조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인해 특별히 우리 쪽 계약에 영향을 받은 부분은 없다"고 전했다.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은 회의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한일 양국의 경제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했다"라며 "정치 부분은 긴장감을 갖고 있지만 경제 및 민간교류는 지속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은 같은 자리에서 "이번 회의를 통해 양국 경제인들은 서로를 신뢰할 수 있게 됐다"라며 "한일경제협회는 지금까지 지속해 온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유지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협회 회장들은 회의를 마치며 양국의 경제 발전 염원을 담은 공동성명문을 발표했다.

양국 경제인들은 공동성명문을 통해 "브렉시트,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국제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라며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 한국과 일본 간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경제교류의 유대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도쿄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제3국에서의 한일 협업, 양국의 고용 문제 해결, 경제·문화 등 교류 확대, 도쿄올림픽의 성공 개최 협력 등이 발표됐다.

올해 공동선언문에서는 기존에 발표된 내용에 최근 악화된 한일관계를 개선하자는 의미로 '우호적 인프라의 재구축' 항목을 더했다.

아래는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공동성명 전문이다.

 

공 동 성 명(안)

「격동하는 세계경제 속의 한일협력」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는 2019년 9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에서 개최되었으며, 한국 측에서는 김윤 단장 등 203명, 일본 측에서는  사사키 미키오 단장 등 106명이 참가했다.

작년 5월, 도쿄에서 성황리에 개최된 기념비적인 제50회 한일경제인회의 이후, 국제정세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EU탈퇴(Brexit)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고,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는 미중 통상마찰이 서플라이 체인의 연관성에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또한 중동에서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한층 고조되어, 한일의 에너지 자원 수입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 한일 양국의 정치·외교 관계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고, 경제면에서도, 문화·스포츠교류 등의 분야에서도, 안타깝게도 한일관계는 긴장의 연속이다. 우리는 그동안 양국 민관의 선배들이 쌓아온 호혜적, 양호한 경제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 

  우리 한일 양국 경제인은, 이러한 어려운 시기일수록, 지금까지 발전시켜 온 경제교류의 유대가 끊어져서는 안 된다는 신념을 확인했다. 양국을 잇는 가교로서, 양국 경제계는 미래지향의 원점으로 되돌아가, 잠재적 성장력과 보완관계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고, 어제 24일과 오늘 25일 양일간, '급변하는 세계경제 속의 한일협력'을 주제로, 진지하게 미래지향의 양국 경제관계에 대해 토의했다. 공통의 사회적 과제에 입각하여, 양국 경제계가 협력하여 문제들을  해결하고, 국경없는 협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꾀하기 위해, 기탄없는 의견을 나누었다.

  한편 아시아의 안정, 그리고 발전을 위해서는, 중추가 되는 한일 양국의 정치 외교와 비즈니스 환경이 양호하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경제계가 민간의 입장에서 경제·인재·문화 교류를 통해, 양국 경제계의 신뢰관계와 양 국민의 원활한 왕래가 조성되도록 활동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결의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한일의 호혜적인 경제 관계의 유지·발전을 위해서는, 정치·외교 관계의 복원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양국 경제의 상호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치·외교관계가 양국 기업 협력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우리는 양국 정부의 대화 촉진에 의해 한일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기 위한 적절한 조치가 강구되기를 강력히 요망한다.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양국 경제인은, 한일의 보다 밝은 미래와 발전을 위하여, 다음과 같은 과제에 관해 연계하여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 다       음 -

1. 제3국에서의 한일 협업의 지속적 추진

2. 양국의 고용 문제, 인재개발 등에 관한 공통과제의 해결을 위한 협력

3. 경제·인재·문화 교류의 지속·확대

4. 차세대 네트워크·지방교류 활성화 등, 한일의 우호적 인프라의 재구축

5.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을 향한 협력

그리고, 다음 제52회 한일경제인회의는 2020년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2019년 9월 25일

                                           한국측 대표단 단장   김      윤
                                           일본측 대표단 단장   사사키 미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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