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09.26 11:55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최혜숙 교수

환절기가 찾아오면 꼭 잔기침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 차가운 환경에 기관지가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과민성 또는 알레르기성일 수 있다.

기침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은 이렇게 감기를 비롯해 다양하다. 예컨대 코와 부비동에서 생산된 콧물 같은 점액이 뒤쪽으로 흘러들어가 기도를 자극해도 기침을 한다. 이른바 후비루 증후군이다.

하지만 이런 기침은 치명적인 폐렴에 비하면 걱정할 게 못된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게 폐렴은 죽음의 예고편이나 다름없다.

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에 감염돼 폐에 염증이 생긴 질환이다. 환자는 기침은 물론 가래와 고열, 호흡곤란, 두통, 오심 등으로 고생을 한다. 그러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폐에 염증성 삼출액이 가득 차면 산소 교환장치인 폐포(허파꽈리)가 기능을 하지 못해 호흡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기 폐렴은 감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요 증상이 수일간 지속되거나 악화하면 서둘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함께 치료를 받도록 한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자는 다른 연령대보다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늑막염이나 뇌수막염 등 합병증을 동반하므로 요주의 대상이다.

폐렴은 흉부X선과 혈액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폐렴 초기에는 흉부X선 검사에서 정상처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증상과 함께 혈액검사에서 백혈구와 염증수치가 높게 나타나면 폐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치료에 들어간다.

역시 가장 좋은 예방책은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이다. 65세 이상은 무료접종을 받을 수 있으므로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 볼 것을 권한다.

폐렴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위험한 호흡기질환이 기관지천식이다.

천식은 공기가 통과하는 통로, 즉 기도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염증으로 인해 기도가 좁아지기 때문에 기침, 천명(숨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원인은 유전과 환경요인으로 구분되며, 알레르기 항원, 바이러스 감염 등 다양한 위험인자에 의해 염증이 발현된다.

특히 요즘처럼 일교차가 크고 건조한 날씨에 기도가 수축되므로 발작 위험성이 커진다. 이 또한 생명과 직결되므로 평소 기관지염증을 주기적으로 치료 또는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천식은 재발과 완화를 반복하기 때문에 위험인자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흡입용 스테로이드를 늘 휴대하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흡연자에게 많은 만성호흡기성폐질환(COPD)도 있다. 오랜 흡연 또는 석면과 같은 환경요인에 의해 폐포가 만성염증으로 인해 망가진 질환이다. 숨을 깊이 들이마셔도 산소가 체내로 유입되지 못하니 조금만 걸어도 헐떡거린다. 중증은 산소통을 옆에 비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이 필수다. 완치는 없지만 수억개의 폐포 중 남아있는 것만으로 살 수 있도록 염증을 줄이고, 호흡법을 익히는 등 의료진의 협조를 받는다.

심장과 마찬가지로 단 한순간도 멈추면 안되는 것이 호흡이다. 건강은 내 몸을 아끼고 스스로 챙길 때 유지되는 것이다. 늘 깨끗하고, 건강한 호흡을 할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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