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3.04 13:26

자본시장법 제159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우리나라 상장사 임원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연봉이 5억원을 초과할 경우 공시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가 마련한 기업공시 서식 규정을 보면 연봉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장사 임원은 내역도 공개해야한다. 상여금 내역과 지급근거가 모두 구체적으로 기재 돼야한다.
법 정신을 비춰보면 일면 타당한 부분이 있다. 법인 자본이 해당 법인안의 최종 의사결정그룹인 소위 권력집단(임원)에게 과도하거나 비도덕적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다른 한 면을 보면 정보공개의 불균형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

연구개발 실적이 좋은 삼성전자의 한 임원이 연봉을 10억원을 받는다치자. 현행 법에 따라 그는 총액과 내역까지 모두 공개의무를 져야한다. 하지만 그가 그만한 보수를 받을 수 있게된 법인에 대한 기여부분은 빠져있다. 이런 부분은 현실적으로 기재할수도 검증하기도 애매모호하다.
비밀 유지가 필요한 사항까지 포함된 임원의 업무를 낱낱이 공개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기업 정보공개의 한계...사회적 불신만 양산
고액임원보수 공개를 주장하는 측의 의견은 이 법은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소액주주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기업 경영성과 공개와 함께, 사용한 비용또한 명확하게 공개하는 등 투명한 기업 경영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치가 불필요한 사회적 충돌이나 계층간 반목이 형성된다고 해도 꼭 이뤄야할 필요충분한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심해야 한다.

우려했던 일들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5억 원 이상 보수를 받는 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된 후 언론을 비롯한 정치권이 주도로 우리나라 임원들의 보수와 근로자들의 임금을 단순비교한 기사와 자료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일부 상장기업의 보수가 과다하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매출액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기업의 경우 이런 성과를 일구기 위한 연구개발과 영업, 마케팅 등 경영지원 성과없이 불가능 한 것”이라며 “그렇다면 조직내 고위층의 연구개발과 영업, 마케팅 등 경영지원 성과와 조직 중하위층 근로자들의 성과를 단순비교를통해 (보수를)상대적으로 평가하다 보면 판단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 공개는 사생활 침해다
재계의 입장은 이렇다. 임원 보수와 그 세부적인 산정내역은 해당 기업의 경영전략이나 경영효율성제고와 관련된 영업 비밀에 해당하며, 동시에 임원 개개인의 프라이버시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 될 수 있기 때문에 입법과 규정개정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헌법적 정합성이나 입법적 정당성 없는 보수공개와 그 세부내역 공개는 경우에 따라서는 일명 마녀사냥으로 전락하면서 경영효율에 기여할 수 있는 인사들이 경영참여를 회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를 회피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법리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상장사 임원보수 공개는 일반적이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사회적 합의가 먼저 선행됐다는 것이다. 보수가 많은 기업의 경우 기업의 실적과 함께 보수를 평가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녀사냥식으로 대기업의 임원은 보수가 무리하게 많다는 식의 논리는 결국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사회적 합의 무르익은후 시행해도 늦지 않아...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10대그룹 상장사 임원의 평균 보수는 11억원 정도이고, 일반직원 평균 7500만원에 비해 15배정도다. 삼성그룹 임원 평균이 약 17억원, SK그룹 약 13억원, 현대차그룹 11억여원 수준이다.

그러나 반드시, 우리나라 임원들의 보수가 많다고 하는 것도 현실과 괴리가 있다. 미국 연봉 정보 제공업체 '페이스케일' 자료에 따르면 '포천'지 기준 1위 기업인 엑손모빌의 CEO와 일반 직원의 연봉 평균은 121배에 달하고 월마트는 1034배였다. GE와 포드자동차도 각각 105배, 304배로 대다수 대기업이 세 자리 수에 달하는 연봉 격차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스톡옵션을 포함, 지난 3년간 연평균 3780만 달러(약 40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굳이 해외 사례를 들추지 않더라도 성과있으면 승진인사가 있고, 경영성과에 따른 보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외의 경우 사회적 합의가 이미 이뤄지고 있다. 보수가 많은 임원들의 경우 더 많은 기부금을 내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비판받는 일이 돼서는 안된다”며 “법의 취지가 좋더라도 사회적으로 반목과 대립을 낳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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