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09.27 11:53
원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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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이 지난 23일 자신의 서울 방배동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장에 있던 검사에게 자신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배려해달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뒤 야당들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즉각적으로 조국 장관에 대해 융단폭격을 쏟아붓고 있다.

조국 장관의 '전화 외압설'을 보면서 '영서연설(郢書燕說)'이 떠올랐다. 이 말은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좌外儲說左' 상(上)에 나오는 말로써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가 꿰맞추려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이 떠오른 이유는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라는 시민단체가 27일 개최한 기자회견 내용과 무관치 않다.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는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국 장관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검사에게 통화한 행위)는 사실상 수사를 위한 것으로서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다는 검찰청법 제8조, 형법 제123조 직권남용죄, 형법 제136조 공무집행 방해죄를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아울러 "검찰의 지휘권과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장관이 차분하게 해 달라, 배려를 해 달라고 말한 것은 압수수색 중인 검사에게 엄청난 압박과 협박으로 작용해 공무집행에 심대한 지장을 받았을 것이므로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조국은 처의 건강이 걱정되어 검사에게 전화한 것이므로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압수수색 중인 검사에게 처가 걱정된다며 배려해 달라고 전화할 수 있는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이는 또 다른 특혜이자 불법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므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한, "피의자가 법무부 장관 행세를 하며 검사를 겁박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사회정의를 유린하는 폭거이므로 조국은 즉각 사퇴하고 자진출두해서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메스를 가했다.

이들이 '조국 외압 사태'의 핵심으로 삼은 지점은 바로 조국 장관의 특권과 선민의식에 대한 비판으로 요약된다.

이런 가운데, 조국의 특권과 선민의식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자유한국당에서도 나왔다.

지난 26일 한국당의 김현아 원내대변인은 조국 장관을 겨냥한 논평에서 "일반상식만으로도 해서는 절대 안 되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검찰 압수수색마저 특별하게 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특권의식으로 가득한 조국 가족을 보면서 국민은 불쾌하고 슬프다. 이즈음 되면 막 가자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조만간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아야 하는 법무부장관 부인을 앞에 두고 법무부장관과 통화한 검사는 얼마나 당황했겠는가"라며 "인사권을 갖고 있는 장관과 통화하고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더불어 "명백한 수사방해다. 확실한 수사외압이다. 장관이 직권을 남용한 불법행위가 분명하다"며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차분하게 배려 받은 경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수많은 기득권의 특혜를 불법까지 동원하여 누려왔던 조국 가족이 검찰 압수수색조차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냐"고 따져 물었다.

계속해서 "조국 교수는 한 집안의 가장으로 통화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검찰을 감시·감독하는 법무부장관이 권력을 사적으로 남용하여 수사에 개입하고 방해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아울러 "조국이 국민을 기만하고 대한민국 법을 유린하는 작태가 계속된다면 해임건의는 물론 탄핵을 비롯한 국회 차원의 모든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며 "조국 피의자의 죄목에 직권남용이 추가되는 불행한 상황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안정치연대'의 장정숙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조국 장관의 특권·선민의식에 대해 화살을 날렸다. 장 수석대변인은 "조국 장관이 자택을 수색 중인 검사와 통화한 것은 이유와 내용이 무엇이든 잘못"이라며 "자신에 대한 최종 인사권을 쥐고 있는 현직 장관을 상대로 수색에 나선 검사로서는 통화 만으로도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한 조국 장관의 권력자적 무신경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그 판단은 '지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관으로서 적절한 처신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야당들과 시민단체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인 조국 장관은 27일 오전까지도 26일과 같은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오전 조국 장관은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로의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장관으로 압색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게 아니라 남편으로서 아내의 건강을 배려해 달라고 부탁드린 것"이라며 "이건 인륜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가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인륜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렇지만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가 발표했듯이 법무부장관 신분의 조국이 아닌 그냥 일반인이라면 압수수색 나와있는 검찰에게 "우리 집사람이 아프니 '차분하게 해달라, 배려해달라'고 전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행위가 '또 다른 특혜이자 불법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조 장관 전화에도 불구,검찰이 11시간 압색을 했다는 점을 내세우며 조 장관이 결과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지 않았다고 강변하지만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다른 문제다. 심지어 조 장관이 검사와 전화한 내용을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 측에 알린 검찰 관계자가 누구이냐를 따지면서 검찰과 야당간 '내통설'을 제기한 민주당의 반응 역시 측은할 따름이다. 

변명과 '내로남불'을 일삼아 하는 조 장관에 대해 여권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 말을 잘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권 유력주자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담당 검사와 통화한 것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번 생각해보자. 조국 장관의 논리대로라면 '법무부장관이 아닌 일반인 가장은 조국 장관처럼 하지도 않고 할수도 없으니, 무능하고 인륜조차도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냐'고 따질 수도 있겠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조 장관은 도대체 뭐라고 답변할지 궁금하다.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법 조항'보다 '자신의 판단'이 우위에 있고 그렇게 적용돼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조 장관의 인식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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