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09.30 12:17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화가 하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 유용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개발·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한 한화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억8200만원을 부과하고 법인과 관련 임직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한화는 타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설비를 납품하면서 그 일부인 태양광 스크린프린터의 경우 하도급업체로부터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공동 영업관계를 시작했다. 다만 이후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사용해 태양광 스크린프린터를 자체 개발·생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화는 지난 2011년 3월 하도급업체와 한화 계열사에 태양광 전지 제조라인 공급 시 그 일부인 태양광스크린프린터를 제조 위탁하는 내용의 합의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7월에는 한화의 계열사인 중국 한화 솔라원(2015년 2월 한화큐셀과 통합합병) 납품 시 해당 업체가 스크린프린터를 ‘제작, 설치, 시운전’하도록 위탁하는 내용의 하도급 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하도급 업체는 2011년 8월 한화 아산공장에 스크린프린터를 설치하고 구동시험은 완료했으나 계약의 후속단계인 한화솔라원 중국 공장으로의 이동 및 검증은 진행되지 않은 상태로 계약이행이 지체됐다.

이 과정에서 하도급업체는 한화의 요구에 따라 2011년 1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스크린프린터 관련 기술자료를 제출했고 2015년 11월 하도급 계약 해지 시까지 스크린프린터의 설계 변경, 기능개선, 테스트 등의 기술지원을 제공했다.

반면 한화는 2014년 9월 26일 하도급업체로부터 마지막 기술자료와 견적을 받고 불과 며칠 후인 10월 초부터 하도급업체에게는 자체 개발 사실을 전혀 알리지 않은 채 신규인력을 투입해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10월 2일에는 자체개발을 위한 레이아웃(배치도) 및 프린터 헤드 레이아웃 도면을 작성해 10월 6일 고객사인 한화큐셀 독일연구소에 자신들의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를 소개한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발송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큐셀의 질문에 대한 답변 메일(10월 7일) 원본 내용을 살펴보면 한화의 자체개발 스크린프린터는 기존에 하도급업체가 개발한 것을 토대로 제작할 계획임을 알 수 있다”며 “한화는 하도급업체로부터 받은 자료를 활용해 2015년 7월 하도급 업체의 장비와 주요 특징, 주요 부품 등이 유사한 스크린프린터 자체제작을 완료한 뒤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법인에 출하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화는 2012년 5월 하도급업체에게 매뉴얼 작성을 명목으로 태양광스크린프린터의 부품목록 등이 표기된 도면(81장)의 제공을 요구해 제출 받았으며 2014년 5월 납품타진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스크린프린터 세부 레이아웃 도면을 CAD파일로 요구해 제출받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도면 요구는 수요처의 요구와 공동영업을 위한 목적을 넘어선 요구로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한화는 2011년 11월 하도급업체로부터 스크린프린터 매뉴얼자료를 요구하고 2013년 9월 및 2014년 5월과 8월에 스크린프린터 사양별 세부 레이아웃 도면 PDF파일을 요구하면서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화에 하도급 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없이 기술자료를 요구하거나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반드시 서면 방식을 취하도록 시정명령했다”며 “3억8200만원(잠정)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화 법인과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에 관여한 간부 직원과 담당자 3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사건은 대기업이 하도급 거래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요구하여 받은 후 해당 기술을 사용하여 자체 개발·생산한 행위에 대해 제재한 첫 번째 사례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원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고 기술을 구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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