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10.01 09:26

"공급측 충격에 의한 2~3개월 단기간에 걸친 물가하락 예상"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 상승 전망"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사진=기획재정부)
김용범 기재부 1차관 (사진=기획재정부)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30일 “소비자물가 통계지수(1965년) 편제 이후 최초로 9월 물가가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일각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날 한국은행 부총재,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국제금융센터 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개최하고 9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 대비 0.4% 하락한데 대해 이 같이 언급했다.

김 차관은 “올해 소비자물가는 온화한 기상여건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 낮은 유가 등 공급측 요인과 유류세 인하 등 정책적 요인 등이 결합되면서 0%대 중반에서 움직이다가 공급측 하방요인이 점차 확대되면서 8월에 0%, 9월 물가는 -0.4%로 낮아지는 모습”이라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지난해 물가가 8월 1.4%에서 9월 2.1%로 높게 상승했던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농산물 가격은 지난해 유례없는 폭염과 늦여름까지 지속됐던 폭우로 급등하면서 8월 9.3%, 9월 14.9%로 급등세가 더 커졌다”며 “반면 올해는 봄부터 여름까지 이어온 온화한 날씨 등 작황호조로 8월에 -11.4%, 9월에는 -13.8%로 크게 하락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가 농산물에서만 8월 -0.60%포인트에서 9월 -0.76%포인트로 확대됐다”고 언급했다.

또 “국제유가도 지난해 8월 배럴당 73달러, 9월 77달러로 상승했으나 올해 8~9월에는 60달러 수준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석유류가격 하락에 의한 물가상승률 하락 효과가 8월 -0.17%포인트에서 9월 -0.26%포인트로 확대됐다”며 “이러한 공급측 요인이 물가상승률 하락에 기여하는 효과가 8월 -0.77%포인트에서 9월 -1.01%포인트로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농산물과 석유류가격이 예년(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9월 물가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외에도 정책적 요인으로 건강보험 적용 확대, 하반기 시행된 무상교육(고3) 등 복지정책 확대로 가계의 부담을 감소시켜 9월 물가상승률을 추가적으로 약 0.26%포인트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개인서비스물가 등 여타 품목은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물가를 약 0.84%포인트 상승시켰다”며 “이러한 물가 상승요인(0.84%포인트)이 공급측(-1.01%포인트), 정책적(-0.26%포인트) 요인에 의해 상쇄되면서 9월 소비자물가는 0.4% 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이에 일각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며 “최근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높았던 기저효과로 전년동월 대비로는 하락세이나 전월비로는 8월 0.2%, 9월 0.4%로 상승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또 “디플레이션은 일반적으로 물가하락에 따른 소비지연과 함께 나타나지만 소매판매 지수는 꾸준한 증가세를 지속한다”며 “8월에는 3.9%로 크게 증가한 바 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9월 96.9로 전월대비 4.4포인트 올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역사적으로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미국 대공황(1930년대)과 일본(1990년대)의 과거사례를 보면 물가수준의 하락이 3~7년 장기간 지속됐다”며 “우리의 경우에는 공급측 충격에 의한 2~3개월 단기간에 걸친 물가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일본의 디플레이션 기간 동안에는 물가 조사대상 중 60%내외 품목의 가격이 하락하는 등 물가하락이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우리의 경우 2012년 이후 물가하락 품목이 2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최근 글로벌화, 기술발전, 유통혁신(아마존효과) 등으로 전세계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가 급락에 따른 공급측 충격 등으로 2~3분기 단기간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도 90년대 이후 주요국(41개국)에서 356회 발생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일시적 물가하락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최근 몇 달간의 물가 흐름이 디플레이션의 징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은 지난해 9월 2.1%, 10월 2.0%, 11월 2.0% 등 높았던 물가의 기저효과와 낮은 농산물 가격 등 공급측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으로 보이지만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최근 세계경제 성장둔화와 함께 대외적 요인 등으로 우리경제의 경제활력이 둔화된 만큼한국은행과 함께 세계적인 물가흐름, 구조적 물가둔화 원인 등 물가동향을 면밀하게 점검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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