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02 07:10

경희대학교병원 신경과 김범준 교수

감금증후군(lock-in syndrome)을 아십니까. 최근 종영된 '의사 요한'이라는 드라마에서 소개돼 궁금증을 촉발한 감금증후군이 때론 자신의 건강을 지켜주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감금증후군(lock-in syndrome)’의 전형적인 증상은 마치 가위를 눌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나는 알고 있는데, 표현을 못 하거나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한 증상이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이 감금증후군이다. 뇌의 일부가 손상돼 주변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도, 팔다리를 움직여 표현할 수 없다.

감금증후군은 뇌의 어느 부위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바로 각성을 일으키고 의식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기관인 뇌간의 상행그물 활성계다. 이곳은 뇌의 전원장치와 같은 곳이다. 따라서 이 부위가 망가져 전원이 꺼지면 의식이 혼미해지며 몸을 조정하기 어려워진다.

활성계는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하는 하행선, 그리고 몸에서 얻은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상행선으로 구분한다. 이중 하행선이 선택적으로 망가지면 ‘감금증후군’이 된다. 다시 말해 상행그물 활성계의 상행선, 즉 뇌로 들어오는 외부의 소리·빛·감각은 모두 느낄 수 있지만 뇌의 명령을 몸으로 전달하는 하행선이 망가지면 팔다리를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의사 요한에서는 발병원인을 감염으로 다뤘지만, 의학적으로 대표적인 원인은 뇌간에 발생하는 뇌졸중이다. 뇌간에는 중요한 뇌신경 구조물이 많이 모여 있어 발생 부위가 작더라도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뇌간을 포함한 후방순환계에 발생하는 뇌경색의 대표적인 증상은 어지럼증이다. 평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이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뇌간 혹은 소뇌의 뇌경색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물체가 두개로 보이는 복시 증상이 나타나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손사용이 둔감해진다면 더욱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젊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뒷목이 갑자기 아프고, 어지럼증 등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된다면 혈관이 찢어져 발생하는 소간 뇌경색의 증상일 수 있다.

‘환자에게는 때가 있다. 그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기약할 수 없다’라는 의사 요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뇌졸중은 전조증상이 나타났을 때 또는 발생 초기의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 경미하게 시작한 어지럼증이 점차 나빠져 감금증후군이나 의식저하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지 말고 조기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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