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19.10.04 12:21

고대의대 김신곤 교수팀, 2만9000여 대사증후군 환자 장기추적 약효 밝혀내

김신곤 교수
김신곤 교수 (사진제공=고려대)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고지혈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페노피브레이트(성분명)가 한국인의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대규모 추적조사 결과 밝혀졌다.

김신곤·김남훈 고려대의대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한국인 대사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에서 페노피브레이트 치료가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4일 소개했다.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2002~2015)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약제의 효능을 증명한 연구로는 세계 최초다.

김신곤 교수팀은 스타틴제제(HMG-CoA 환원효소 억제제)를 복용 중인 대사증후군 환자 2만9771명을 대상으로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한 군과 그렇지 않은 군으로 나눠 평균 30개월을 추적했다.

그 결과, 페노피브레이트 복용군에서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혈관사망율이 26%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효과는 중성지방이 좋았고, HDL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스타틴은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에서 LDL콜레스테롤을 낮춰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혈관사망을 줄일 수 있는 약제다.

하지만 LDL콜레스테롤 조절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잔여위험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성지방과 HDL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치료제가 필요했다.

페노피브레이트는 주로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에 작용하는 약제(PPAR-α 효용제)로서 혈중 지질수치 개선 이외에도 죽상동맥경화증을 호전시켜 심혈관 잔여위험을 줄일 것으로 기대됐었다.

하지만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대규모 임상시험(FIELD 연구, ACCORD-Lipid 연구)에서 심혈관 위험을 줄이는데 실패한 바 있다.

연구팀은 실패한 연구들이 제2형 당뇨병이라는 제한적 조건에서 중성지방이 높지 않은 서양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대사증후군을 가진 한국인에서는 효능을 증명할 수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국가기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번에 세계 최초로 한국인에서의 페노피브레이트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밝힌 것이다.

김신곤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페노피브레이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간 저평가되어왔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의 가치를 국가기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롭게 조명한 것이 연구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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