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10.05 07:30
곤충들은 4억년 전부터 식물을 먹기 시작했다. 식물은 이에 대응해 박주가리에서 발견되는 독과 같은 방호 물질를 만들어 냈다. 제왕 나비는 박주가리 독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곤충들은 4억년 전부터 식물을 먹기 시작했다. 식물은 이에 대응해 박주가리에서 발견되는 독과 같은 방호 물질를 만들어 냈다. 제왕 나비는 박주가리 독을 방어하는 시스템을 발전시켰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제왕나비가 있다. 날개 너비가 10㎝정도로 다른 나비보다 크다.

제왕나비 애벌레는 독이 있는 식물인 박주가리만 먹는다. 박주가리(milkweed)는 영어 이름처럼 하얀 즙액을 분비하는데, 그 즙액 속에는 심장의 박동을 마비시키는 물질인 강심배당체(Cadiac Glicoside)가 들어 있다.

다른 많은 곤충의 애벌레들은 박주가리를 피해 가지만, 제왕나비 애벌레들은 오히려 그것을 먹고 살아간다.

제왕나비 몸에는 독성 물질이 쌓이게 된다. 제왕나비들은 날아다니는 독이 된다. 제왕나비를 잡아먹으려는 새들이 다시 토해낸다. 포식자들이 제왕나비를 꺼리게 되면서 제왕나비는 번성할 수 있었다.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이 같은 사실에 흥분했다.

최근 한 연구팀이 제왕나비 애벌레가 박주가리를 먹을 수 있게 된 단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네이처에 발표했다.

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연구진은 제왕나비가 박주가리 독에 내성을 갖게 된 돌연변이를 3단계로 분류했다.

제왕나비들이 어떻게 이 같은 능력을 갖게 됐는지는 알기 위해 독일 함부르크 대학의 분자 생물학자인 수잰 도블러 박사와 그녀의 동료들은 강삼배당체에 내성을 가지고 있는 다른 곤충들을 연구했다. 이들 중 몇몇은 심지어 박주가리를 먹는다.

연구원들은 독에 내성을 가진 곤충과 제왕나비의 유전자를 비교했다. 이 종의 대부분은 똑같은 세 가지 돌연변이를 갖고 있었다.

제왕나비는 이 돌연변이 중 하나를 박주가리를 먹지 않는 나비와 공유하고, 두 번째 돌연변이는 박주가리를 먹지만 강심 배당체를 날개에 저장하지 않는 가까운 친척과 공유한다.

세 번째 돌연변이는 훨씬 더 가까운 조상에서 일어났다.

도블러 박사는 일련의 돌연변이를 통해 점차적으로 제왕나비의 나트륨 펌프가 변해 강심 배당체 내성을 갖게 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심장 세포는 심장 박동을 전달하기 위해 나트륨 펌프가 필요하다. 나트륨 펌프는 양전하를 띤 나트륨 원자를 세포 밖으로 이동시켜 내부를 음전하 상태로 만든다. 강심 배당체를 먹으면 나트륨 펌프가 망가진다. 펌프가 고장나면 심장 기능이 정지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왕 나비가 강심 배당체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대부분의 다른 곤충들이 손대지 않은 새로운 먹거리를 즐길수 있게 된 것이다.

UC버클리 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인 노아 화이트맨은 "이 세 가지 돌연변이가 제왕나비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라고 말했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해서 이 돌연변이를 초파리에 도입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파리는 강심 배당체를 조금만 먹어도 치명적일 수 있다.

연구원들은 파리들에게 제왕나비 조상들에게서 처음으로 일어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돌연변이를 일으킨 파리 유충들은 낮은 수준의 강심 배당체를 먹어도 살아남았다.

두번째 돌연변이를 일으키자 파리들이 훨씬 더 많은 독소를 견딜 수 있었고, 세 번째 돌연변이를 일으키자 파리들을 독에 완전히 저항력을 갖게 됐다.  세가지 돌연변이를 통해 초파리는 박주가리 분말을 먹기도 했다.

박주가리 잎을 먹고 있는 제왕나비 애벌레. 애벌레는 나비가 될 것이고, 박주가리의 독소는 날개에 쌓이게 된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박주가리 잎을 먹고 있는 제왕나비 애벌레. 애벌레는 나비가 될 것이고, 박주가리의 독소는 날개에 쌓이게 된다. (사진제공=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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