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08 10:59

"농협은행,가계대출 비해 기업대출 수수료율 낮아…최근 5년간 2,200억원 챙겨"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업인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별도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

무소속 김종회 의원. (사진제공= 김종회 의원실)
무소속 김종회 의원. (사진제공= 김종회 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이정은 기자] 농민과 서민을 위해 존재하는 농협이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설립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무소속 김종회 의원은 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상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의 이율이 0.8~1.4% 수준으로, 국내 18개 시중은행 중 6번째로 높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높은 수수료율은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농협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며 "(낮은 이율로) 시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농협상호금융이 최근 수수료로 얻은 수익이 4952억원에 달한다"며 "상호금융 이용자 대부분이 농촌의 영세 조합원인데 고리채로 고통받는 농민을 위해 설립된 농협상호금융의 설립취지에 어긋나는게 아니냐"고 전했다.

이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농업인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별도 책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앞서 김종회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5년간 농협은행과 농협상호금융이 중도상환수수료로 각각 2,200억원, 4,952억원을 챙겼다"며 "농협은행이 부실화 되지 않는 선에서 합리적으로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책정해 금융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도상환수수료는 만기 전에 대출금을 갚고자 할 때 고객이 부담하는 벌금 성격의 수수료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은행에는 큰 수익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저금리 시대를 맞은 서민들에게는 낮은 대출상품으로 갈아타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 중 1일 평균 1,045명, 지난 6년 동안 211만명이 중도에 대출금을 상환했다. 이로써 농협은행은 지난 6년 동안 중도상환수수료로 2,397억의 수익을 챙겼다.

농협은행의 가계 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0.8~1.4%로 전북은행, DGB대구은행, SH수협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에 이어 6번째로 높았다. 기업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1.0~1.4%로 국내 18개 시중은행 중 3번째를 차지했다. 기업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이고, 두 번째는 BNK경남은행이다. 비록 가계 대출 중도상환 수수료율 측면에서 여섯 번째에 이름을 올렸지만, '금융권 사회공헌 7년 연속 1위'를 내세우는 농협은행으로서는 결코 낮지 않은 고이율의 해약금을 서민들에게 부담시켰다는 측면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지적이다. 

한편, 가계 대출 중도상환수수료율에 있어서, 농협보다 이율이 낮은 은행으로는 한국카카오은행(0%), IBK기업은행(0.5-1.2%), KDB산업은행(0.8-1.2%), KEB하나은행(0.5-1.4), 케이뱅크은행(0.7-1.4%), KB국민은행(0.7-1.4%), 우리은행(0.7-1.4%), 스탠다드차타드은행(0.7-1.4%) 등이 있다.

국내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가계대출) / 높은순 (자료제공= 김종회 의원실)
국내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가계대출) / 높은순 (자료제공= 김종회 의원실)

김 의원은 "더 큰 문제는 농협은행이 서민들에 대해서는 타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해약수수료를 책정하면서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국내 17개 은행 중 3번째로 낮은 중도상환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가계대출의 강자로서 개인고객을 상대로는 '배짱영업'을, 기업대출을 늘리기 위해 기업에게는 '저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질타했다.

국내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기업대출) / 낮은순 (자료제공= 김종회 의원실)
국내은행 중도상환수수료율(기업대출) / 낮은순 (자료제공= 김종회 의원실)

김 의원은 "특수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농협은행은 '은행법'에 의거해 만들어진 일반은행과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일반은행이 이윤만을 쫒는다면 농협은행은 보다 높은 사회적 책무를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일갈했다. 

또한, "농협중앙회의 계열사격인 농협상호금융의 경우, 중도상환수수료율이 농협은행보다 훨씬 더 높다"며 "최근 5년간 농협상호금융이 벌어들인 중도상환수수료 수익은 4,952억에 달한다. 국민은행 3,720억, 신한은행 2,760억보다 높고 농협은행 2,2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다"고 꼬집었다. 

최근 5년간 농협은행, 농협상호금융 중도상환수수료 현황 (자료제공= 김종회 의원실)
최근 5년간 농협은행, 농협상호금융 중도상환수수료 현황 (자료제공= 김종회 의원실)

자산규모 330조, 전국 1118개 조합과 3556개 지점을 운영중인 농협상호금융은 1969년 고리채로 고통 받는 농민을 위해 도입된 농업제도금융이다. 농촌 조합원들의 영세한 자금을 모아서 자금이 필요한 조합원들에게 융자를 해주는 시스템이다.

김종회 의원은 "중도상환수수료는 다분히 은행중심적이고 벌금(약속위반)에 해당하는 이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어려운 농촌경제를 감안하고,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위해서라도 농협이 부실화 되지 않는 선에서 과도한 중도상환수수료율은 조정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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