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10.09 07:00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본점 (사진제공=하나은행)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본점 (사진=하나은행)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금융에 있어 신뢰라는 가치는 절대적이다. 면허업이란 특성상 더욱 그렇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 금융회사는 본질적인 신뢰 유지보다는 소나기 피하기에 급급해 보인다. 버티고 버티면서 '사건'이 잊혀지고 '옛 일'이 되기를 바라는 양태를 반복한다.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하나은행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미래당 지상욱 의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하나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착수하면서 전산 자료가 삭제돼 있는 것을 파악했다.

현재 금감원은 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김동성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포렌식 요원을 통해 복구 중이나 수치를 정확히 말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지 의원은 “조직적으로 삭제했다면 검사를 방해한 것”이라고 지적했고 윤 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나은행 측은 “자체 파악을 위해 내부 검토용으로 작성한 자료였다”며 “내부 참고용 자료로 보관할 필요가 없었고 금감원 검사 계획이 확정 발표되기 전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언론에서 문제를 삼기도 전에 없앴다는 것이다. 

사실 하나은행은 자료 삭제에 관련해 이미 '전과'가 있다. 2년 전 국감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우리은행의 채용비리를 폭로했다. 이로인해 17일 만에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사임했다. 금감원은 전수 조사를 통해 4대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채용비리를 확인했다. 이 와중에 하나은행이 관련 자료를 없앴던 것이 드러났다. 추후 금감원은 하나은행 클라우드 시스템에서 복원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일부 은행은 DLF 검사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감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검사대상 은행들이 잘 협조하나”고 묻자 윤석헌 금감원장은 “일부 은행은 잘 협조하고 있지만 일부 은행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일부라고 하지만 결국 이 일부는 문제가 있었던 은행일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아직 정부 지분이 처분되지 않은 상황인데 과연 비협조적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은행이 보관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자료를 삭제하는 것은 의심을 살만한 행위다. 금감원 검사와는 무관하다고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매지 말라는 속담도 있다. 

DLF 판매 등과 관련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피해 수습에 만전을 기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행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이다. 행여나 일단 삭제하고 뭉개면 끝이라고 여겼다면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미래 금융산업을 이끌어야할 은행이 이런 행태에 머물러 있다면 경쟁력 강화는 요원할 뿐이다.

국민들도 이제 '갑'은 늘 그르고 '을'은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책임 회피에 급급하는듯한 갑의 모습은 볼썽사납다. 상호 잘못을 털어놓고 소통하면서 순리대로 풀어가다면 이번 위기는 '보약'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은행이 적지않다. 어느 은행이라도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다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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