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09 12:10

로이터 통신 "트럼프, 워싱턴에서 폭넓게 비판받았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입성 준비 중"
시리아 민주군 "백악관 발표는 시리아민주군의 등에 비수 꽂는 행위"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SNS)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의 미군 철수 선언의 여파가 만만찮다. 미군과 함께 이슬람국가(IS)와 싸우면서 미국의 동맹역할을 했던 쿠르드족에 대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배신이 아니냐'는 비판이 여당인 공화당으로부터도 나왔다.

최근 미국내에서 탄핵 위기에 몰려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또 다른 악재를 유발시킨 셈이어서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리아 북동부 지역은 터키와 국경을 접한 지역으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의 활동 무대다.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세력인 쿠르드 노동당(PKK)의 시리아 내 분파라고 간주하고 있는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선언한 것은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용인하겠다는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 이후, 백악관은 "터키가 오랜 시간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이다. 미군은 이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터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터키 당국은 8일 미군의 철수에 따라 공격할 준비를 했고, 터키 군이 시리아-이라크 국경을 강타해 쿠르드 군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을 강화하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인 쿠르드를 배신한 것에 따라 워싱턴에서 폭넓게 비판받았다"며 "미국 정부의 돌변한 정책 변화로 미국이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군대를 철수하기 시작함에 따라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 입성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앞서 전날 YPG가 주축이 된 시리아민주군(SDF)은 "백악관 발표는 SDF의 등에 비수를 꽂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또 "터키와 시리아 국경 지역에서는 주민 탈출이 시작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파장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터키가 도를 넘는 것으로 간주된다면 나는 터키 경제를 완전하게 파괴하고 말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를 상대로 강경 반응을 내놓자 이날 터키 리라화가 장중 한때 달러 대비 2%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도 성명을 통해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터키의 작전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서 "많은 사람들이 터키가 미국의 큰 교역 상대라는 사실을 쉽게 잊어버리고 있다"며 터키 편을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쿠르드족을 포기한 적이 없다"며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고 훌륭한 전사들"이라고 오락가락했다.

한편, 세계 최대 유랑 민족으로 알려진 쿠르드족은 터키, 이라크, 시리아, 이란 등 중동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다. 쿠르드족 인구는 3000만~4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절반가량인 1500만여 명이 터키에 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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