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0.09 18:55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미국 백악관이 8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회 조사 비협조를 공식 선언한 것이어서 향후 정치적 공방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날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하원의 탄핵 조사는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시펄론 고문은 8쪽짜리 서한에서 "전례 없는 행동은 대통령을 선택의 여지가 없도록 남겨뒀다"라며 "미국민과 헌법, 행정조직 그리고 미래의 모든 대통령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당파적이고 위헌적인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또 "가장 기본적인 절차적 보호가 결여돼 있다"라고 언급, 하원이 탄핵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한 찬반 표결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백악관의 이번 결정은 국무부가 이날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에게 의회 증언을 거부하도록 지시한 뒤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 착수 이후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의혹과 연루된 기관들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당사자들에게는 의회 증언대에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줄줄이 보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전문가들에 대한 협박(bully)”이라고 반발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AP통신은 백악관이 탄핵 위협에 대해 '시간 끌기, 알기 어렵게 만들기, 공격하기, 반복하기'라는 새롭고 분명한 전략에 착수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백악관의 의회 조사 비협조 선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성명에서 시펄론 고문이 보낸 서한을 "외국 권력에 압력을 행사해 2020년 대선에 개입하도록 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뻔뻔한 노력을 숨기려는 또 다른 불법적 시도"라고 규정하고, "이 편지는 명백히 잘못됐다"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대해 권한 남용이자 조사 방해라며 새로운 탄핵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고 비난해왔다.

백악관이 탄핵 조사 비협조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조사는 실질적 진전 없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치적 공방만 가열시킬 공산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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