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10.13 08:00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최근 전 세계 게이머로부터 집중적으로 비판받는 회사가 있다. 바로 블리자드다.

블리자드는 지난 9일(현지시각)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블리츠 청에게 대회 상금 몰수와 함께 1년간 출전 권한을 박탈했다.

블리츠 청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광복 홍콩! 시대혁명!'을 외치며 홍콩 경찰의 최루탄 발포에 항의했다. 블리자드는 인터뷰를 진행한 캐스터 두 명도 해고하고 경기 VOD 역시 삭제했다.

문제는 대회에서 정치적 발언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확실히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블리자드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다. 

블리자드가 처벌의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공공의 평판을 떨어뜨리거나 불쾌하게 하는 행위 또는 블리자드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모든 행위에 대해 단독 재량으로 배제는 물론 상금을 몰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불분명한 조항을 근거로 선수에게 중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게이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손인 중국의 눈치를 보는 것으로 밖에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블리자드는 지금까지 정치적 올바름(PC)을 추구한다며 성소수자 캐릭터를 등장시키거나 게임의 설정 및 스토리를 뒤엎어 이용자의 불만을 샀다. 

이번 프로게이머 처벌은 모든 종류의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블리자드의 지금까지 행동과 완전히 어긋나는 처사다.

게이머들은 SNS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블리자드 보이콧에 나섰으며, 블리자드 직원들도 홍콩 시위 상징인 우산을 들며 회사의 결정에 반발했다.

미국 정치권 역시 블리자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론 와이든 민주당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블리자드는 중국 공산당을 위해 굴욕적인 행동을 보였다"라며 "미국 회사는 자유를 향한 호소를 돈 몇 푼을 위해 검열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중국은 자국 시장의 접근을 무기로 전 세계 사상의 자유를 짓밟고 있다"라며 "그 영향은 미국 정치인들이 사라진 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보여준 블리자드의 행보는 실망 그 자체였다. 

블리자드를 대표하는 PC 게임 지식재산권(IP) 중 하나인 '디아블로'의 신작을 모바일 게임으로 개발한다고 발표한 '블리즈컨 2018'은 최악의 행사로 기억됐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e스포츠 리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글로벌 챔피언십'은 대회에 참가하는 프로게이머 및 종사자에게 한마디 언급도 없이 일방적으로 종료돼 모든 이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오버워치'는 밸런스가 완전히 붕괴돼 강력한 캐릭터 '둠피스트'의 세상이 됐으며, 현재 진행 중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한국어 번역은 군사 용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번역으로 '콜 오브 듀티' 시리즈 팬들의 원성을 샀다.

'디아블로 3'는 커뮤니티 대화 불가능 등 오류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한 달이 넘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성과가 나오는 게임은 2004년 당시 콘텐츠를 리마스터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이다.

다르게 말하면 요즘 나온 게임은 이용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과거에 나온 명작에 기댄 '추억팔이'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즐길 게임이 넘쳐나는 시대다. 굳이 블리자드 게임만 찾을 이유가 없다. 마음이 떠나면 순식간에 게임을 접는 것이 요즘 게이머라는 사실을 블리자드는 다시금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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