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19.10.12 05:00

각각 '小고객' 특화 은행, 쓰기 쉬운 '혁신은행' 지향
금융 파트너 여부는 공개 안돼...기업·SC제일銀 언급

(그래픽=박지훈 기자)
(그래픽=박지훈 기자)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국민메신저 '카카오톡', 귀여운 '카카오프렌즈'를 가진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도전할 때 성공을 예감하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실제로 카톡 앱 운영 노하우 덕분에 뱅킹 앱을 사용하기 편리하게 만들었고 26주 적금, 모임통장 등 아이디어 상품으로 기대 이상의 수신규모 성장을 이뤘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는 은행에 신용뿐만 아니라 브랜드 가치까지 더해줬다.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회사의 면면을 보면 사업모델이 대강 예측된다. 한국 대표 IT기업 카카오가 디지털 혁신의 카카오뱅크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제3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주요 후보는 누구이며 인가·출범시 어떤 모델을 보여줄까?

이번에 인가신청서를 낼 후보로는 소소스마트뱅크(이하 소소뱅크), 토스뱅크가 유력해 보인다. 소소뱅크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소소뱅크 발대식 및 정책토론회를 열며 도전의사를 밝혔다. 추가 주주사 여부를 확정한 후 15일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토스는 올 상반기 인터넷은행 인가 불허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에는 증권업 진출 추진 중 금융당국과의 대면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다.

소소뱅크, 소(小)특화은행 모델 지향...씬 필터(Thin Filer)에 희망 주나

카카오뱅크가 가져온 디지털 혁신은 상당했다. 공인인증서 없는 편리함, 간단한 뱅킹 앱, 빠른 앱 구동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직장인 대상 소액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이 주력 상품일 만큼 포용성이 그리 크진 않다. 시중은행 사이에서 잘 자리 잡은 인터넷은행이지, 서민은행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와 달리 소소뱅크는 소(小) 고객을 위한 특화은행을 지향하려 한다. 고동록 소소뱅크 수석준비위원장(제이디에스글로벌 대표)은 지난달 열린 발대식에서 소기업, 소상공인, 서민 중심의 은행 실현을 천명했다. 

고 대표는 이 자리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과학과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면 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주변으로 내몰린다"며 "이런 문제들을 해결키 위해 670만 소상공인이 뭉치고자 한다"고 말했다.

소소뱅크는 한국소기업소상공인연합회의 서울지부가 중심이 돼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모체인 연합회 산하에는 숙박업, 목욕업, 세탁업 등 영세업종 단체들이 속해 있다. 어느 곳보다 한국경제의 실핏줄을 잘 파악하고 있어 정부의 정책금융상품 기획에도 참여하고 있다. 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세밀한 신용평가가 가능해 금리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청년창업자나 영세상공인 등 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씬 필터)의 자금조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축적된 금융거래 정보가 없으면 신용등급이 낮게 평가돼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어렵거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에 빌려야 한다. 20대의 이른 나이에 창업하려는 예비사업자들이 이 같은 곤경에 처해 있다.

과거 한 청년창업인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청년창업자들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 정부의 정책자금을 받으려 한다"며 "하지만 정책자금은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게 아니고 국고 부담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서민은행을 지향하는 기관이 하나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간편송금 '대중화' 가져온 토스, 쓰기 쉬운 은행 목표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대표적인 규제산업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했다. 창사 4년 만에 유니콘 기업이 된 핀테크계 거물이다.

토스라는 서비스가 탄생된 이야기를 들어보면 토스뱅크가 갈 방향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승건 대표는 온라인몰에서 볼펜을 구입하던 중 액티브X 설치로 인해 컴퓨터에 오류가 생기자 불편함을 느껴 토스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회사 이름도 프랑스 혁명기 구호 '비바리퍼블리카(Viva Republic)'로 지었다.

토스는 그동안 금융생활에서 소비자의 불편을 제거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상대 계좌번호를 모르더라도 전화번호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또한 계좌·카드·보험 등의 조회 서비스, 예금·적금·대출 등의 뱅킹 서비스, P2P·펀드·해외주식 등의 투자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토스가 지금까지 금융에 대한 접근성 확대, 쉬운 디지털 조작에 힘써온 만큼 보다 '쓰기 쉬운 은행'을 목표할 것으로 보인다.

포용과 혁신의 필수조건, 든든한 금융권 조력자

각각 포용성과 혁신성에서 합격적을 받을 수 있는 소소뱅크와 토스뱅크도 자금조달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소해줄 금융권 조력자와 손을 잡지 못한다면 예비인가 획득이 좌절될 수 있다. 

현재 소소뱅크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IBK기업은행에 손을 내민 상태다. 특히 포용성 높은 금융 서비스는 여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정책금융기관인 기업은행과 사업적 연관성이 크다. 기업은행은 리스크 적은 개인, 개인사업자 대출에 치중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대출에서 1위인 만큼 소소뱅크에 참여할 의사만 있다면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

토스는 투자자로부터 자금회수의 가능성이 있는 '상환전환우선주'가 자본의 상당부분인 만큼 이대로 금융 파트너가 없을 경우 예비인가가 어렵다. 다만 여러 금융사에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토스와 SC제일은행에게 인터넷은행 인가 절차를 안내하는 컨설팅을 진행했다고 알고 있다"며 "토스가 SC제일은행과 인가를 추진한다면 자금력 문제를 해소해 인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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