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19.10.16 17:56

"경영개입 요건 강화하도록 상세보고의무 대상 투자자 요건을 현행 5% 지분에서 3%로 하향 조정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제공=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 건물. (사진제공=경총)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경영개입'의 인정범위 축소가 대량보유 주주와 경영자 간의 정보 대칭성과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기제를 훼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총은 16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전면 철회를 건의하는 경영계 의견을 정부에 제출했다.

지난 9월 6일 입법예고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은 현재 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에 해당하는 일부 주주활동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겠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경영개입에서 제외되는 주주권은 회사나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상법상 주주권, 배당 관련 주주제안, 국민연금이 행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관련 정관변경, 시장과 기업에 대한 단순 의견전달 또는 대외적 의사표시 등이다.

경총은 이날 경영계 의견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기업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경영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류하는 자체가 논리적·개념적·실체적 모순"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시행령 개정(안)에서 경영권에 영향을 줄 목적이 없다며 판단한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해임청구권, 신주발행 유지청구권은 그 자체로 회사의 경영권과 자본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라며 "이는 자본시장과 시장 참여자들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념적으로나 실체적으로 분명한 경영개입에 해당된다"라고 말했다.

경총은 임원의 해임, 정관의 변경 등을 경영개입으로 규정한 상위법(자본시장법)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현행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은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것'에 대해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의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라고 규정됐다"라며 "따라서 동 법에 규정된 '임원의 해임', '정관의 변경'을 단서 규정 신설이라는 방식으로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경영개입 인정범위에서 실질적으로 축소하는 것은 법 체계상 상위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말했다.

경총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기업 경영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경영개입 범위 축소의 혜택이 모든 기관투자자라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주요기업의 지분을 5%이상 대량 보유한 투자자는 국민연금과 외국계 투기펀드 등 극소수에 불과한 만큼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는 주된 목적은 국민연금의 민간기업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시행령 개정(안) 통과 시 국민연금이 투자회사 임원에 대한 해임청구, 위법행위 유지청구, 신주발행 유지청구,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정관변경 요구 등 적극적인 경영개입이 용이해지며 결과적으로 그만큼 기업의 방어권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해 관련부처, 국책 연구기관, 노사 대표,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운영되고 있어 스튜어드십 코드 운영을 통해 정부와 시민단체, 정치권의 기업 경영개입과 규제 메커니즘으로 작용될 소지가 존재한다"라며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기업의 경영개입, 통제를 도모할 것이 아니라 국민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은 투자자의 경영개입 인정요건과 보고의무를 강화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며,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 국내 기업 현실에서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보다 강화하는 역효과마저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총은 "시행령 개정(안)은 영국,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이 3% 지분 보유 시 2일 이내에 보고토록 하는 등 대량보유에 따른 보고·공시 의무를 강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한다"라며 "외국과는 달리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과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경영개입 범위가 축소될 경우, 국내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투기자본의 우리 기업에 대한 공격 수단을 더욱 확대·보장하는 역효과 발생이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경영계는 국민연금의 민간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이를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오히려 대량보유 주주에 대한 보고 요건을 현행 5%에서 3%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국민연금을 매개로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의 기업 경영권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상대적으로 기업 경영권 방어능력이 무력화되는 데 대해 경영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상법, 공정거래법, 형법 등으로도 이미 기업들에 대한 경영권 규제 부담이 큰 상황에서 국민연금과 사회정책부처인 보건복지부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에 근거해 전방위적으로 경영개입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기업경영 규제가 될 것이며, 기업들은 정부, 국민연금, 시민단체, 정치권 등 외부의 입김에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연금은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이 아니라 국민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재무적 투자자로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하며, 세계적 연기금 사례들과 같이 정부의 개입 소지를 차단하면서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현재 대내외적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의 기업 경영개입 활동을 강화토록 하는 것은 기업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경제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가중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총은 "금융위는 이번 시행령 개정(안)과 같이 '경영개입' 사항을 축소하고 보고의무를 완화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경영권 영향' 목적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경영개입 요건도 강화하도록 상세보고의무 대상 투자자 요건을 현행 5% 지분에서 3%로 하향 조정토록 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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