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19.10.20 07:45

이주열 총재, 인하 가능성 열어둬…증권가, 내년 상반기 인하 예상 파다
뚜렷한 방향성 제시못했다는 반론 제기…'유동성 함정' 경고도 제기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 전인미답의 기준금리 ‘1.00%’ 길을 걸어갈 지 주목된다. 

앞서 한은은 지난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연 1.50%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다. 올해 들어서만 7월과 10월 2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2년 만에 역대 최저 수준인 1.25%까지 떨어졌다. 한은은 7월에 이어 10월에도 미국보다 선제적인 인하를 단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오는 29~30일(현지시간)에 열린다. 현재 미 정책금리는 연 1.75~2.00%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기준금리는 처음으로 1.00%에 진입한다. 올해 마지막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통위는 오는 11월 29일에 열리며 동결이 전망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정책여력이 남아있음을 강조해왔다”며 “7월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와 한은의 무게중심은 금융안정에서 경기부양으로 어느 정도 이동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효성 논란은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 규제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 이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규제를 통해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며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부진한 경제흐름이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0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 인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통방문에 제시된 ‘2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문구에 대해 “추가인하를 차단하기 위한 의도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특히 “필요 시 대응여력이 남아있다”고 언급하면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을 통해 11월 수정경제전망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시사하고 기자회견에서는 통화정책의 추가 여력이 있다고 직접적으로 밝히면서 완화정책 의지를 보여줬다”며 “내년 정부의 대규모 재정정책과 발맞춰 보다 수월한 정부지출을 위한 금리 인하의 필요성 대두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1분기 추가 인하를 전망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에서 2명의 위원이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밝혔지만 총재의 스탠스 변화가 감지된 만큼 소수의견 등장을 향후 기준금리 동결 신호로 해석할 이유는 없다”며 “통방문에서 ‘완화 정도의 조정여부를 검토하겠다’는 문구가 유지됐고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도 분명하게 시사한 만큼 내년 1분기 중 추가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IMF 세계경제전망 (자료=기획재정부)
IMF 세계경제전망 (자료=기획재정부)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0% 내외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루는 것도 추가 금리인하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5일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해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을 4월 전망보다 0.6%포인트 낮춘 2.0%로 제시했다. 이 같은 성장률 대폭 하향 조정은 중국 경기둔화 및 미중 무역갈등 파급효과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IMF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2.0%)보다 높은 2.2%로 제시했으나 GDP 갭의 마이너스 폭은 더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며 “이는 이미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있었지만 갈등이 첨예한 지점에 대해서는 아직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외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이 영향으로 국내 반도체 경기와 수출 경기 회복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고 수요 측면의 인플레 압력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으로 내년 1분기 중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추가 금리인하 기대가 약화됐다고 보는 관측도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 조정 여부와 관련해 기존의 거시 경제 및 금융안정 상황 변화와 더불어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확인할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과 향후 금리인하까지 시간이 필요함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한은 총재의 발언은 비둘기적 성향이 강했지만 향후 금리 결정과 관련해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못했다”며 “향후 대외 불확실성이 악화될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수도 있지만 대외불확실성이 완화되면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상반된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년 상반기 중 한 차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놓지만 현재로서는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를 자신하기 어렵다”며 “미중 무역협상이 재차 악화되는 것이 아니라면 내년 1분기 추가 금리인하는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한편, 일각에서는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없는 ‘유동성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동성의 함정은 생산, 투자와 가계의 소비가 늘지 않아 경기가 나아지지 않고 마치 경제가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금리 인하를 통한 확장적 통화정책을 실시했으나 시중으로 풀린 돈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경제는 결국 금리하락에 변화가 없는 ‘유동성 함정’에 유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가격변수의 조절과 더불어 소득 측면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요소지만 경제 내에 과도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연계가 약화된다”며 “낮은 금리를 통해 확대된 유동성으로 경기활성화를 유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반응하지 않는 현상인 ‘유동성 함정’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 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주열 총재도 “금리정책은 그 효과와 비용이 있어 금융안정 측면에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금리 인하를 하게 되면 실물 경기를 북돋는 효과가 있으나 저금리가 장기화될 경우 부동산이나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되는 등 부정적 효과도 있는 만큼 거시건전성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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