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18 14:05

[전문가 진단①] 반환점에 선 문재인 정부, 성과와 과제/외교·안보
"평화 지탱해주는 국방과 외교라는 기둥 썩으면서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 전락"
"SLBM 쏘고 남한정부 선정적 비방하는 북한에 항의하고 약속이행 요구할 때"
"자기 확신의 늪에서 걸어 나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봐야"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 (사진제공= 김중로 의원실)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 (사진제공= 김중로 의원실)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10일로 임기의 반환점을 맞는다. 집권 2년 6개월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문 정권 상반기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짚어보는 것은 '과거로부터 배워 미래에 대비하는 지혜'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뉴스웍스는 5부작으로 각계 전문가들의 진단을 싣는다. 첫 번째로 외교 안보 분야 전문가인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이 뉴스웍스에 보내온 '대한민국은 어디에 있는가'를 싣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한 지 2년 반이 지나고 있다. 남과 북의 지도자 모두가 평화를 이야기하며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했다. 작년 9.19 군사합의에서 남북은 한반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비무장지대 내 GP 폭파도 온 국민이 지켜보았다. 하지만, 평화는 '약속'과 '쇼(show)' 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는 것과, 그것을 지킬 수단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심사숙고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진정한 평화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이 있다. 국방·외교가 그 것이다. 적의 침략에 대비해 스스로의 힘을 튼튼히 기르는 것이 국방이라면, 외교는 주변국과의 우호를 통해 평화를 보장받고 전쟁을 억지하는 기능을 한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가 국방을 다룰 줄 모르면 나라를 적에게 넘겨주는 것과 같다. 전쟁과 같은 큰 일이 닥쳤을 때 나를 도와줄 우방을 곁에 두게 하는 힘은 외교에서 온다. 대한민국의 국방과 외교는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은 어디쯤에 누구와 함께 서 있는가.

국방 안보분야를 보자. 9.19 군사합의 이후 우리 군의 포사격 발수는 급감했고, 각군의 대규모 야외기동훈련은 규모를 조정해 시행하고 있다. 연례적으로 해왔던 한미연합훈련의 상당수가 축소, 순연되거나 한국군 단독으로 시행되는 등 우리 군의 훈련모습은 과거 대비 상당히 달라졌다.

안보환경 변화와 첨단무기체계 발전이 그 배경이라고 국방부는 항변한다. 훈련규모가 축소되고, 훈련기간이 줄어들며, 연례훈련이 심지어 폐지됐음에도 전투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국방부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간 우리 장병들이 그토록 많은 피와 땀을 왜 흘려왔었는가 반문하고 싶어진다. 정부의 평화기조에 눌려, 문재인 정부의 군대는 강한 척, 센 척하면 안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인지 걱정스럽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외교는 올바로 가고 있을까. 한반도 주변 4개국(미‧중‧러‧일) 누구도 우리의 든든한 우방이라고 말하기가 머쓱하다.

독도 주변 카디즈(한국방공식별구역)나 영공에 중국과 러시아 비행기가 들락거리고, 일본은 경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상황이 지금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은 방위비분담금 증액 등을 앞세워 우리를 압박하고, 주요 이슈마다 청와대와 백악관의 말이 달라 국민들은 헷갈린다. 6.25전쟁 혈맹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이혼 직전 부부처럼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문제없다"는 답변만 내놓지만, 주변국과의 불협화음은 끊이질 않는다. 해외순방길에 나선 문대통령이 홀대받았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대한민국의 국격이 무너지고, 외교가 설 자리를 잃어 나를 도와줄 친구가 곁에 없는데도 정부의 문제없다는 말을 믿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국방과 외교라는, 평화를 지탱하는 두 개의 기둥이 밑동부터 썩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혼자만 모르는 문재인 정부는 자기확신의 굴레를 벗어야 한다. 자기확신에 빠진 사람은 비이성적이며, 감각과 감성을 믿고, 세상을 보고 싶은 대로만 본다. 문재인 정부의 모습이 딱 그러하다. 평화를 약속했지만, 북한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쏘고 남한 정부에 대해 선정적 비방을 일삼고 있다면 강력히 항의하고 약속이행을 요구해야 한다. 주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 기운이 어떠한지 타인이 말하는 목소리, 감지되는 신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아무나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된 지금의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자기 확신의 늪에서 걸어 나와, 평화를 담보할 튼튼한 국방과 든든한 외교가 뒷받침되고 있는지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을 돌아볼 때다. 북한 비핵화를 넘어서 앞으로 다가올 미중경쟁, 통상전쟁 등에 대비해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에, 누구와 함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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