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왕진화 기자
  • 입력 2019.10.20 06:02

주문자 1층에 내려올 필요없어…비대면 배달로 사무·생활공간 보안 강화

(사진제공=배달의민족)
(사진제공=배달의민족)

[뉴스웍스=왕진화 기자] 자율주행차는 실생활에서 아직 만나보기 쉽지 않다. 흔히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자율주행차를 먼저 생각하는데, 비용‧기술‧안전 등 실제 상용화까지는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비해 자율주행 로봇은 하루가 다르게 영리해지고 있다. 도로 위보다 돌발 상황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더 그렇다.

자율주행 로봇이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을 누비며 음식과 커피를 배달하는 상황은 이제 상상에 그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위치한 우아한형제들 본사에서 자율주행 실내 배달 로봇 '딜리 타워'를 시범 운행 중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딜리 타워' 두 대를 본사에 비치했다. 우아한형제들 구성원들이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사무실로 음식을 배달시키면 라이더는 건물에 도착해 1층에 대기하고 있는 '딜리 타워'에 음식을 넣는다. 주문 고객이 있는 층까지는 로봇이 배달을 수행한다. 

이 로봇은 라이더들의 배달 시간을 줄여 라이더가 더 많은 배달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보통 회사 등 사무실은 보안 때문에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거나 절차가 복잡해, 라이더들이 건물 1층에서 주문자에게 음식을 전달하곤 한다. 이때 주문자가 고층에서부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경우 자칫 라이더들이 5~1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번 시범 서비스 기간 동안 라이더들이 건물 1층까지만 음식을 배달하면, 이후에는 '딜리 타워'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접 주문자가 있는 층까지 배달하기 때문에 라이더는 주문자를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다음 배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라이더는 더 많은 배달을 통해 수입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우아한형제들은 라이더가 로봇 상단 스크린에 배달번호 앞 4자리와 이동 층수만 입력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 결과 이번 시범 서비스 중 라이더가 로봇에 음식을 싣고 떠나기까지 약 8~10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진제공=배달의민족)
(사진제공=배달의민족)

로봇과 엘리베이터를 연동시키는 관제 시스템을 통해 로봇이 스스로 층간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번 시범 서비스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이다. 이를 위해 우아한형제들은 한 엘리베이터 제조사와 협력해 '딜리 타워'가 엘리베이터를 원격으로 호출하고 타고 내릴 수 있는 고유의 기술을 연구, 개발했다. 

특히, 로봇이 짝수와 홀수, 저층과 고층 등으로 나눠 운행하는 엘리베이터를 구분해서 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환경에 따라 상·하 엘리베이터의 이동 방향이 같을 때에만 승차하는 매너모드를 설정하거나 해제할 수도 있다.

우아한형제들이 시범 서비스에 앞서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라이더 5명 중 4명이 '대신 엘리베이터를 타는 로봇이 있다면 기꺼이 이용할 것'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실제로 중국의 한 배달앱의 경우 실내 배달 로봇을 도입해 라이더가 배달하는 시간을 건당 10~15분 단축해 총 배달시간 중 30% 줄이고, 결과적으로 라이더는 일 평균 50%의 배달을 더 수행할 수 있게 된 사례도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대면(언택트, Untact) 배달로 인해 사무 및 생활 공간의 보안이 강화된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주문한 음식을 가지러 이동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어, 라이더 못지 않게 이용자의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시범 서비스 중 이용자가 배달 한 건 당 약 12분의 왕복 이동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요섭 우아한형제들 로봇딜리버리셀 이사는 "자사가 개발한 로봇 서비스를 구성원들이 직접 체험해 배달 효율성과 데이터 등을 측정하고, 서비스를 보다 고도화하고자 한다. 이 로봇은 이르면 내년부터 상용화될 예정"이라며, "앞으로 주상복합단지, 쇼핑몰, 영화관, 사무실 등에 입점한 커피숍, 음식점 등의 음식과 음료는 물론, 건물 내 서류나 택배 등을 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활용도가 높은 곳과의 협업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기술이 보다 더 빠르게 상용화되려면 정부에서 구체적인 지원로드맵을 제시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T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율주행차'에 이어 '드론택배' 분야에 대한 선제적 규제혁파 로드맵을 최근 발표했는데, 자율주행 로봇도 관련 규정이 명확히 나온다면 관련 비즈니스 모델도 차원을 달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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