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손진석 기자
  • 입력 2019.10.21 04:30

정부 청사진 방향은 맞지만 인력 감축 가능성 대책도 마련해야
드론도 제대로 못날리면서 '플라잉카' 요원…제도·인프라·기술력 완비 중요

세계 최초 플라잉 카 양산 모델 PAL-V .(사진=PAL-V International)
세계 최초 플라잉 카 양산 모델 'PAL-V 리버티’는 단 10초만에 자동차 주행 중 비행모드로 전환 가능하다. (사진=PAL-V International)

[뉴스웍스=손진석 기자] 자동차 산업은 국내 산업 중 고용유발계수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다.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먹거리를 창출하는 산업이기도 하다.

이제 내연기관 자동차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셰계적으로 확실한 강자가 없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산업은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5일, 오는 2027년까지 완전자율주행을 상용화하고 2030년 국내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친환경차 비중을 33%로 끌어올리는 등 미래자동차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담은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우리는 세계최고의 5G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승차공유, 자율주행 등 기술 개발을 각종 규제로 인해 진행할 수 없다”며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미래자동차 산업 비전이 과연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지 점검한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 중 일부 내용(자료 출처=국토교통부)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 중 일부 내용(자료 출처=국토교통부)

◆제도, 인프라, 기술력 완비가 3대 정책 핵심

정부가 발표한 미래차 전략 핵심은 친환경차 기술력과 국내 보급을 가속화하고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을 기존 2030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기는 동시에 ‘플라잉카’와 같은 미래차 서비스 시대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는 국내 제조업 생산 13%, 고용 11%, 수출 11%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의 핵심 산업이다. 그 만큼 중요한 분야로서 전기·수소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자동차 산업으로 전환을 적기에 하지 못하면 산업 침체가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국가 경제 성장 동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 투자해야할 연구개발 자금이 정부의 규제로 인해 해외로 유출됐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최근 2년 간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쓴 3조8000억원 중 99%는 해외 기업에 투자했다.

타다 등과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의 성장은 규제로 막혀 있었고, 자율주행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사이 현대차는 미국·이스라엘·중국 등 해외에서 투자 대상을 찾았다. 국내 기업들은 규제에 지쳐갔고, 혁신에 목마른 기업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국내 투자로 해결할만한 실마리를 제시헸다. 특히 국내 친환경 자동차 산업의 리더인 현대차그룹의 친환경차 전략과 같이 하면서 현실에 맞는 국내 미래자동차 산업 방향성을 내놓은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국내 신차 판매 수량에서 전기·수소차 비중은 올해 2.6% 수준이다. 정부는 이 비중을 2030년까지 33%로 급격하게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급격한 보급률 상향이 이뤄지려면 보조금 증가도 뒤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이 국산 업체가 아닌 외산 업체를 배불리고 있다는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 정부의 숙제이다.

한편, 그동안 지적 받아 온 부족한 인프라 구축에도 나선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현재 31개 수준에서 2030년에 약 660개, 2040년에는 총 1200개까지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확보와 충전소가 들어설 부지 주변의 안전에 대한 민원 해결 등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어야한다.

자율주행차는 국산화를 통한 빠른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2021년 레벨 3 수준의 상용화, 2027년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차량의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통신, 정밀 지도, 교통관제, 도로 등 4대 인프라를 무선통신방식으로 전국 주요 도로에 2024년까지 설치하고, 3차원 정밀 도로 지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레벨4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 실험이 가능한 장소인 '규제자유특구'는 세종시에 지난 7월 생겼다. 국내에선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행 중 휴대폰이나 영상장치를 조작하면 안 돼 높은 레벨의 자율주행을 실험할 수 없었다. 반면, 미국·독일·중국은 최근 3~4년 사이 규제를 풀면서 구글(웨이모)·GM·BMW·인텔·바이두 등은 자율주행 데이터 축적을 할 수 있게 돼면서 이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너무 성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진행되면 기존에 유지하고 있던 자동차 산업에 종사하던 업체들의 30% 이상은 5년 내로 폐업해야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지금 하겠다는 발표만 했다”며 “정작 이 모든 것들은 5년 내에 현실에서 실현하기 위한 방법 즉 어떻게 구축해 나갈지와 당사자들(산업 종사자)의 현실 상황을 분석해보지 못하고 들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핵심소재·부품의 자립도 개선이 필수

국내 9000여개 부품기업 중 전장부품 비중은 약 4%에 불과하다. 미래차의 원활한 부품 수급을 위해 2030년에는 그 비중이 23%까지 높아져야 할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정부는 미래차 생태계 조성 강화를 위해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60조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개방형 미래차 생태계 환경을 빠르게 구축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기존 부품기업이 미래차 부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데 960억원을 투입하고, 부품기업의 설비투자와 단기 유동성 공급을 위해 총 2조원 가량의 자금을 공급한다는 복안도 내놓았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 세계 생산 7위의 자동차 강국인 우리에게 미래차 전환은 자동차산업이 크게 도약하고 산업전반의 혁신동력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이번 정부의 미래차 계획에 대해 확신을 강조했다.

이번 정부의 전략을 성공하려면 근본적으로 핵심소재·부품의 자립도를 큰 폭으로 개선시켜야 한다. 완성차 산업이 친환경 혹은 미래차에 있어서 만큼은 글로벌 경쟁이 가능하도록 여건과 환경이 조성되어야한다. 이를 위해 국내 부품사들의 사업 분야가 친환경차, 자율주행 위주로 발 빠르게 전환되고 기술개발 등 성장 모멘텀이 발생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요구된다. 복잡하고 오래되어 불필요한 규제 해결도 시급하다.

더욱이 미래자동차 산업으로 산업의 체질이 변화하면 기존 화석연료자동차를 생산하는 것 보다 30~40% 이상 근로자의 감축이 발생하게 된다. 전동화 차량에 필요없는 부품을 만드는 공장은 폐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면서 발표한 전략을 실행해야  할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이 장기적으로 외형을 키우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지위 향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과 지원도 절실하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는 “글로벌 자동차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미래차 시대로 발 빠른 전환을 위한 청사진 제시는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며 “다만,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미래차 전환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 중진국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자동차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45 다. 45는 자동차의 역할이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변화해감에 따라 고객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자동차 실내를 아늑한 생활 공간처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사진=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45 다. 45는 자동차의 역할이 ‘이동 수단’을 넘어 ‘삶의 공간’으로 변화해감에 따라 고객들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니즈에 따라 자동차 실내를 아늑한 생활 공간처럼 구성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사진=현대자동차)

◆드론도 못날리는데, 플라잉카 상용화?

플라잉카(PAV·개인 항공기)는 이동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받고 있다. 미국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플라잉카 또는 글로벌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시장은 오는 2040년까지 약 1조5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미래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 등 신기술과 결합해 산업계 전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과 규제는 4차 산업혁명에서 한 몸이다. 현재의 통신·자동차 기술로도 일부 자율주행이 가능하지만 문제는 인프라 구축과 법규를 정비하는 일이다.

정부는 미래차에 대한 계획 중 현대차가 진행하고 있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플라잉카를 2025년경 실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2022년까지 플라잉카 전용 도로 확보, 무인교통관리시스템(UTM) 개발, 항공기 수준의 플라잉카 제작·인증·운항·유지관리 기술기준 제·개정 작업을 2023년까지 마칠 예정이다. 2025년까지는 시범운행 등 안전성 실증을 거쳐 여객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0일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과 사업추진을 전담하는 ‘UAM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항공총괄본부 본부장 출신 신재원 박사를 사업부를 담당하는 부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주요국에 비해 부족함이 많다. 더욱이 각종 규제로 인해 드론도 제대로 못 날리는 상황에 조급한 플라잉카 상용화는 ‘걷지도 못하는데 뛰려고 하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플라잉카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국내에 거의 없다. 기술·제도적인 면에서 미국, 중국 등에 비해 10년 이상 뒤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기술적으로는 금방 생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교통법규와 항공법 등의 규제 장애물이 많아 해결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우리의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각종 제도에 막혀 경쟁국에 뒤처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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