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준영 기자
  • 입력 2019.10.19 09:00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이 6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오른쪽부터)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박준영 기자] 지난 1년간 여러모로 다난했던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도 조용히 넘어간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일 창립 50주년을 맞이한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특별한 행사 없이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0주년이긴 하지만 별도의 외부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사업부별로 기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삼성전자는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모두 전년보다 부진했다.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하락했다.

다행히 스마트폰은 '갤럭시 S10'과 '갤럭시 노트10',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 등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디스플레이는 LCD의 부진을 OLED가 만회했다. 이들 덕분에 삼성전자는 3분기 7조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반도체는 여전히 어려운 상태다. 전반적인 수요 약세와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인해 수익성 회복이 불투명하다.

외부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았다.

일본은 지난 7월 한국 수출 관리 규정을 개정해 TV와 스마트폰의 유기 EL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반 제작 때 사용하는 감광제 '포토레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필요한 '에칭가스' 등 세 품목의 수출 규제를 시행했다.

주요 산업의 핵심 재료 수출을 일본 정부가 간섭하면서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7월 7일 수행원 없이 일본에 출국, 5박 6일간 머물며 일본 재계 관계자와 만나고 수출규제 해법을 찾았다. 

귀국 후 이 부회장은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진행하고, 온양캠퍼스·평택사업장·기흥사업장·탕정사업장 등 전자 부문 전 과정을 직접 살피며 현장 경영을 진행했다.

대법원의 판결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지난 8월 29일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판결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했다. 이 부회장이 재구속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판결 직후 삼성전자는 이례적으로 반성과 재발 방지를 다짐하며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도록 도움과 성원을 부탁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지난 2016년 하반기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시작된 이후 이 부회장 구속 기소, 1심 실형 판결, 2심 집행유예 판결 등 여러 일이 있었지만 삼성전자는 한 번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삼성전자로서는 여러모로 웃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사내이사에서 물러났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내부 사기가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대형 행사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외부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내부에서는 이 부회장 관련 재판과 전반적인 실적 저하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라며 "대대적인 창립 행사를 진행하거나 새로운 비전을 발표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상태다. 한동안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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