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19.10.19 09:15

[전문가 진단②] 반환점에 선 문재인 정부, 성과와 과제/외교·안보
"한미공조의 날갯짓 조화가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푸는 열쇠임을 명심해야"

우정민 바른미래연구원 수석연구원. (사진= 원성훈 기자)
우정민 바른미래연구원 수석연구원. (사진=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문재인 정권 전반기의 성과와 향후 과제의 5부작 중에서 두 번째도 외교안보 분야의 전문가 진단이다. 앞서 1편이 군 생활 경험 속에서 나온 진단이었다면 이번에는 좀더 학술적인 측면에서 고찰한 점에 눈길이 간다. 바른미래연구원 우정민 수석연구원이 뉴스웍스에 보내온 '문재인 집권 2년 반의 외교·안보 평가와 전망'을 싣는다.

◆적대적 감정을 눌렀다지만 결과는 '비관'에 무게감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은 남북미 정상이 근 70여 년간 적대적 감정을 누르고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면에서 역할이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가져온 결과는 낙관보다는 비관에 무게감이 있다.

첫째, 소탐대실 비핵화 문제이다. 남북미로 이어지는 수차례 정상회담은 북핵·미사일 시험의 일시적 중단은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개도 제거된 것은 없고 한반도에 핵 위협은 여전히 존재한다. 정부가 북한의 SLBM급 미사일 발사의 의미를 침묵하거나 애써 축소하고 제재 완화 논의를 확산하는 것은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화하면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게 돼 대북제재 강화 국면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위협은 곧 보상’이라는 위험한 오판과 잘못된 신호를 갖게 만드는 대목이다.

둘째, 한미관계이다. 한·미동맹의 틈이 벌어지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트럼프 대통령 간의 ‘남북 우선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의 충돌에 있다. 여기에는 미묘한 신뢰 문제가 있다. 트럼프의 방위분담금 압박, 미국 정계의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발언, 지소미아 종료 우려, 인도·태평양전략 거부의 문제 등은 미국이 우리의 외교 신뢰를 저평가하는 단적인 예이다.

심지어 2018년 10월 3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 전문에는 미국의 핵우산 제공 내용이 없다. 남한은 유사시 북핵에 바로 노출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한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동맹국이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원하면 뭐든 다해줄 나라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북한이 크고 작은 도발을 하고 변수가 존재할 때마다 동맹체제를 견고한 안전장치로 한 것은 상호 신뢰가 바탕이었다. 동맹 관계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신뢰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방기(abandonment)임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한일 안보협력 관계의 공백과 이완이다. 현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포하고 북한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정보를 오히려 요청한 것은 우리 대북정보력 한계의 치부를 드러내는 외교적 무능이다. 전범국인 일본 정부의 역사관 문제로 인해 진취적인 반성과 사죄 없는 자세가 한일관계 미래의 걸림돌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의 현실정세를 직시할 때, 한국이 적어도 일본과의 안보문제에 관해 외교적 협력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일본이 개헌을 통해 꿈꾸는 군사 대국화와 미국이 아베 총리의 대외정책을 우회적으로 편드는 것도 한반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넷째, 정부의 안일한 영토 안보관과 부처 이기주의다. 국방부는 섬 하나를 놓고 서해 NLL 최전선을 사수하는 우리 군의 사기와 화력을 분산시켜 무방비 상태를 만들고 있다. 서해 무인 5도가 자칫 북한의 실효적 지배로 작전기지이자 전투 요새화가 되는 것이다.

외교부도 마찬가지다. 국가수장인 대통령의 의전 결례,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건에 대한 늑장 대처, 대북 외교에 대한 정보 공유의 실종은 자신들만의 정보를 가지려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발생한다.

국민이 보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로 평화를 잃지 말라는 주문이었지, 대한민국의 안보까지 잃으라는 말은 아니다. 한국이 미국의 시선에 ‘또 하나의 북한’의 이미지로 비추어질수록 미국이 동맹의 한 축인 일본에 힘을 실어 주는 것은 당연한 국제정치 논리이다.

◆'한미공조' 날갯짓이 조화롭게 움직일 때  남북관계도 '비상'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핵심은 북한의 '안전보장' 대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의 충돌이었다. 북한의 안전보장은 국가, 체제, 제도 모두의 보장을 함의한다. 미국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비핵화를 전제로 하는 북한 미래경제의 구상이다. 북미 협상의 결렬은 '무리한 요구' 대 '빈약한 내용'의 상충으로 집약된다.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난항으로 장기화한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예측된다. 하나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 돌입 국면이다. 북한이 협상의 피로감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발사시험으로 풀면서 미국을 압박할 경우 미국은 더 강력한 제재로 북한의 요구를 옥죌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적당한 양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제소 문제가 미국 내 본격화되면 정치적 입지 마련과 시선의 환기를 위해 북핵을 적당한 선에서 외치(外治)의 성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때 북한은 비핵동결 수준에서 미국에 양보를 얻을 수 있다. 이 경우 미국이 북한의 안전보장 '의무' 요구를 어느 선까지 수용하고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설령 그 복안을 제시한다 해도 북한의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거부하면 불투명하다. 하지만 현 국면에서는 북미 정상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한 전자보다 후자가 될 확률이 높다.

한편, 현 정부는 막혀버린 남북관계, 비핵화 협상이 입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을 한일관계 회복으로 만회해 보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즉 남북관계에서 한일관계로 프레임을 바꿔 외교적 성과를 얻고자 할 것이다. 이를테면 한국이 지소미아를 연장하고 일본이 ‘백색 국가’ 대상에 한국을 재지정하는 것을 적정선에서 모색할 수 있다. 단 변수는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있다. 지일파(指日派)로 알려진 이낙연 총리의 22일 방일은 한일관계 진전과 회복 여부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전설에는 비익조(比翼鳥)라는 새가 있다. 암수가 한 몸이 되어야 비로소 날 수 있는 새이다. 냉전의 잔재인 분단의 역사 70년, 국치의 잔재인 한일의 역사 100년은 '두 개의 몸'을 가진 비익조와 다름없다. 전·후자 모두 일방이 행사하는 '잘못된 행동'의 몸짓을 바로 잡을 때, 비로소 한 몸으로 날 수 있다. 남북관계와 한일관계 모두는 비상(飛上)을 위한 힘이자 공통의 조건이 있다. 바로 '한미공조'의 날갯짓이 조화롭게 움직일 때 가능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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