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19.10.19 07:30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한 영국 군인이 독일 베르겐-벨센 포로수용소에서 수용소 한 여인의 머리에 DDT를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NYT)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라이클로로에테인, 즉 DDT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까지 가장 인기 있던 살충제였다. 

염소를 한 개씩 달고 있는 벤젠 고리 2개와 3개의 염소가 결합한 형태의 DDT는 매우 안전하다고 여겨졌다.

싼 가격에 대량생산할 수 있고 처음 실용화될 때는 인간에게 무해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급속히 보급됐다. 이가 옮기는 티푸스나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1940년대부터 살충제로 널리 사용됐다. 

1955년 국제보건기구(WHO)는 전 세계적인 말라리아 추방 계획을 세워 DDT를 적극 사용했다. 이로 인해 말라리아 사망률은 10만 명 당 192명에서 7명으로까지 줄어드는 성과를 낸다. 

그러나 1957년부터 DDT의 유해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하고 1962년에 '침묵의 봄'이 출판되면서 유해성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졌다.

DDT는 새의 알 껍질에 칼슘 부족을 일으켜서 알이 쉽게 깨지게 만드는 문제를 일으켰다. 미국의 상징인 대머리 독수리는 DDT 사용 금지 직전 심각한 멸종 위기를 맞기도 했다. 결국 미국은 1972년에 DDT를 금지했고 다른 많은 나라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이 DDT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살충제를 발견했다.

뉴욕대학교의 화학자들이 2차 세계대전 동안 독일 과학자들이 개발한 살충제를 우연히 찾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9일 보도했다.

2차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DDT를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불소화 DDT, 즉 DFDT를 사용했다. 

최근 미국 화학 협회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DFDT는 DDT보다 4배나 빨리 모기를 죽였다.

DDT 보다 더 치명적이기 때문에 DFDT는 더 적고 어쩌면 더 안전한 양이 사용됐을 것이다. DFDT를 사용했다면 오늘날 많은 모기들이 DDT에 대한 내성을 갖게 되지 않았을 수 있다. 새끼를 낳기전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DFDT는 DDT에서 염소 원자 두개를 불소 원자로 바꾼 것이다. 

독일인들은 DDT에 대한 특허료를 스위스에 내지 않기 위해 DFDT를 개발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은 독일군이 저지른 끔찍한 만행 때문에 DFDT를 사용하지 않는다.

DDT를 사용하면서 DFDT는 잊혀졌다. 1948년 DDT와의 공로로 노벨 의학상을 받은 폴 헤르만 뮐러가 DFDT를 높이 평가한 뒤에도 상황을 바뀌지 않았다.

DFDT가 DDT를 대체했다면 1955년 WHO가 추진한 말라리아 박멸 작전은 성공했을 지도 모른다. 모기가 번식하기 전에 죽기 때문에 DFDT에 내성을 갖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년에 2억 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그 중 40만 명을 죽이는 그 끈질긴 말라리아가 지구상에서 사라졌을 수도 있다.

논문의 저자인 마이클 워드 뉴욕대학교 교수는 "DFDT가 DDT보다 모기를 4배 더 빨리 죽이는 것을 보고 놀랐다"라며 "모기 발바닥을 통해 살충제 성분이 퍼진다. 효과적인 살충제는 그들이 번식하기 전에 곤충들을 빨리 죽인다"라고 말했다.

1955년 미국 오리건 주의 숲 위로 비행기가 DDT를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미국 농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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