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10.20 18:02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제126대 나루히토(德仁·59) 일왕의 즉위 선포 행사가 22일 열린다. 외국사절을 포함해 2000여명이 첨석하는 큰 행사가 될 듯하다.
이번 의식은 나루히토 일왕이 대내외에 자신의 즉위를 선언하고 축하 인사를 받는 자리다.
22일 오후 1시부터 일왕 거처인 고쿄(皇居) 내 궁전(宮殿)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약 30분간 진행되는 이 의식에는 일본 정부와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 외에 외국 원수 및 축하 사절 등 2000여명이 참석한다.
일본 정부는 국가로 승인된 195개국 중 시리아를 제외한 194개국에 초청장을 보냈고, 지난 17일 현재 이낙연 총리를 대표로 파견하는 한국을 포함해 174개국이 초청에 응했다. 이 의식의 외국 내빈 참가자는 약 400명에 달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번 의식의 하이라이트는 나루히토 일왕이 '다카미쿠라'(高御座)로 불리는 자리에 올라 자신의 즉위 사실을 밝히고 국민대표인 총리로부터 축하 인사(壽詞)를 받는 것이다. 다카미쿠라는 서기 8세기 나라(奈良)시대부터 즉위 등 중요 의식이 열릴 때 일왕이 사용하던 옥좌(玉座)다. 이번 의식에 사용되는 것은 다이쇼(大正) 일왕 즉위에 맞춰 1913년에 제작됐다. 가로와 세로 6×6m의 정방형 단상(壇上)에 팔각형의 덮개(天蓋)가 설치된 모양으로 높이 6.5m, 무게는 약 8t이라고 한다.
덮개에는 다양한 크기의 봉황과 금 세공품을, 덮개 꼭대기에는 제일 큰 봉황을 장식했다. 덮개 아래로는 일왕이 앉는 의자를 둘러싸는 장막이 달려 있다.
마사코(雅子) 왕비는 덮개에 백로가 장식되고 '다카미쿠라'보다 조금 작게 만들어진 별도의 '미초다이'(御帳臺)에 오르게 된다.
이번 의식에서 나루히토 일왕 부부는 아키히토 전 일왕 때와는 다르게 식장을 에워싼 복도로 걸어들어오지 않고 징 소리와 함께 막이 열리면서 곧바로 등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일본 국민을 대표해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 선언을 받아 '요고토'로 불리는 축하 인사로 화답한 뒤 만세삼창을 한다.
즉위 의식이 끝나면 22일 오후 6시 궁전에서 나루히토 일왕 주재로 각국 축하사절 등 400여 명이 참석하는 향연이 펼쳐진다.
이 향연은 일본 국내 인사와 주일 외국 대사 등으로 대상을 달리해 31일까지 3차례 더 열린다. 즉위 의식 다음 날인 23일 오후 7시에는 뉴오타니호텔에서 외국 축하사절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는 자리가 아베 총리 부부 주최로 마련된다.
한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 즉위 의식의 대부분을 답습하는 이번 의식을 두고 일본 일각에선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루히토 일왕이 사용하는 다카미쿠라의 단상이 상대적으로 높아 총리 등 국민대표들을 일왕이 내려다보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에 반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일본의 전통신앙인 '신토'(神道) 색채가 짙은 다카미쿠라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정부는 다카미쿠라 사용은 옛 전통을 이어간다는 취지로 봐야 한다며 대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