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3.08 09:21

1500일이 넘게 국회에서 포류해온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결국 19대 국회에서도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필리버스터 정국 종료에 따라 여야가 국회 본회의를 개최했지만, 서비스산업발전법은 상임위원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여당 등이 서비스법 논의를 재촉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이미 총선 모드에 접어들어 법안을 다룰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적신호가 쏟아지는 마당에 서비스산업 육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는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 

◆ 서비스업 관련 총괄법...69만개 일자리 창출 효과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국내 서비스업 전반에 대한 정부 주도의 지원책과 육성 방안을 담고 있으며 범정부 차원의 기구 및 위원회 설립을 위한 근거 규정을 담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정부는 서비스산업 발전에 필요한 기본 목표 설정과 추진 방향을 수립하고, 주기적으로 이행 성과를 점검해 전 부처 차원에서 계획을 시정해나가도록 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규제 개선과 정부의 지원 육성에 필요한 정부의 시행령 제정권 위임이다. 특히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지방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라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산업 분야에 대해 조세 감면의 혜택을 줄 수 있으며, 판로 개척을 위해 자금지원과 구매지원 등도 할 수 있다. 세부적인 내용은 대통령령 위임 사항으로 두고 있어 정부가 보다 신속하게 정책 추진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서비스법의 기대 효과로 총 69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료·관광·문화 등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일자리가 생기고 특히 제조업에 비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다는 것이다. 실제 제조업의 경우 10억원어치 가치를 생산하는 데 노동력 8.6명이 필요한 반면, 서비스업은 17.8명을 필요로 해 인적 자원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청년 실업 문제 해소에 있어 서비스업 성장이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국내 서비스업의 고용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 작고, 금융·의료 등 지식서비스 종사자가 부족해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 서비스산업 취업자 비중은 2009년 27%에서 2013년 26% 오히려 후퇴해 서비스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서비스법은 의료민영화법? 기우에 불과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비스법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시기는 바로 참여정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집권 2년차부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서비스업 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의료·교육 등을 포함한 서비스업 전 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 역시 서비스법을 반대하고 있는 야당에 대해 ‘이중성’을 지적하면서 통과에 협조해줄 것으로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법은 다름 아닌 ‘의료민영화’ 논란에 휘말려 논의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법이 규정하고 있는 ‘서비스 산업’ 분야에 의료도 포함 되면, 의료 공공성이 훼손되고 병원비·수술비가 폭등하는 등 서민 생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다. 

정부·여당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비스법 제정과 의료민영화는 무관하다는 반론이다. 건강보험 제도가 운용되는 한 의료비 폭등 현상은 일어날 수 없으며, 의료기관 운영권이 의사 및 비영리법인에게만 주어지는 현행법이 있는 한 서비스법으로 인해 실질적 의미의 ‘의료민영화’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그 논거다.

게다가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기관 영리 자회사 허용,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의료 취약지 일부 원격 의료 허용은 모두 의료민영화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서민의 의료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의료 기관이 숙박·레저·의료기기 등을 공급하는 자회사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면 일반 환자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부담시키거나 높은 의료비를 요구하는 폐해를 방지할 수 있으며, 민간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로 국내 의료기관의 수익성이 증가하면 그만큼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원격의료의 경우도 제한적 요건 안에서 활용하는 것이므로 일반 국민들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지방 거주민들에게는 원격 의료가 반드시 필요한 복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야의 서비스법 논의는 의료민영화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2월 임시국회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날 것으로 전망 돼, 결국 서비스법은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되고 20대 국회로 그 공이 넘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여야는 경선 일정을 밟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다. 사실상 4월 총선이 끝날 때까지 법안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5월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법안을 다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권 합의만 한다면..."3일이면 통과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 여기저기서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세우고있지만, 이를 실해에 옮길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외면하고 있다“며 ”이는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때마다 필요에 의해 구호로만 외치는 모순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도 얼마남지 않은 19대 국회에 관련 입법 통과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세종로 상의회관 기자실을 찾아 "160만명이 넘는 시민이 엄동설한 속에서 법안 통과 서명을 하며 호소했는데도 국회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며 "(임시국회 종료일인 10일까지 남은) 3일이면 충분히 법안 통과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니 빨리 논의를 시작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발전법과 노동개혁법안만이라도 통과시켜 달라"고 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