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주진기자
  • 입력 2016.03.08 10:45

여야가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노동개혁 법안 통과가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이라는 마지막 관문 앞에 막혀 있는 상태다. 55세 이상 중장년 근로자,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 근로자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해주자는 정부·여당의 입장을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모두 파견법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머지 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험법 개정안만 우선 처리 하자고 주장해왔다. 더민주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올라 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파견법 관련한 양보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여야 모두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 경선 등의 일정에 돌입해 사실상 파견법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3월 ‘원포인트’ 임시국회를 열어서라도 처리해달라는 것이 정부·여당의 입장이지만 야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5월 임시국회에 처리를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 중소기업 대다수가 일자리 창출효과 인정

국내 파견법은 이른바 ‘포지티브’ 규제 형식을 띠고 있다. 허용 가능한 범위와 업종을 규정하고, 그 외에는 원칙적으로 사용 금지를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법이 파견근로자 사용을 허용하고 있는 업종은 총 32개. 컴퓨터·전기공학·통신·제도기술·광학 등 특수 기술 관련 종사자와 더불어 영화·연극·창작 및 공연·음식조리 등과 통번역·텔레마케터 등이 해당된다. 게다가 사용 기간은 최대 2년까지만 사용을 허용한다. 

만약 2년을 초과해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경우에는 자동으로 ‘직접고용’ 관계가 맺어진다. 예외적으로는 출산이나 질병, 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겼을 경우에 한하여 노사협의에 따라 파견근로를 허용한다. 

오늘날 쟁점이 되는 파견법 개정안은 이 같은 허용범위에 ▲ 55세 이상의 중장년 근로자일 경우 ▲ 고소득 전문직일 경우 ▲ 주조,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용접 등 6대 뿌리산업인 경우에 한해 파견근로를 허용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관련 업계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안으로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답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283곳 중 55.9%가 뿌리산업 파견 확대로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67.6%가 중장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뿌리산업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어 파견근로 허용 시 1만3000까지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라고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바 있기도 하다. 

◆ 노동계 “제조업 전반 확산 우려” 반대, 해외 사례 봤을 때 명분 없어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의 대다수가 이처럼 파견근로 허용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파견법 개정안은 논의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 때문이다. 노동계는 일부 업종과 연령대에 한해 파견근로를 허용하게 되면, 결국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근로 허용이 확산 돼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주요 국가들의 파견근로 관련 규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노동계의 반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 전문가 지적이다. 

고용 보호 정도가 높은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파견근로자의 사용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제나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직접 고용한 근로자와 근무 여건이나 급여, 대우 등에서 차별이 있을 경우에만 강력하게 규제를 해 ‘차별 금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편 우리처럼 파견근로 허용 확대를 망설이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는 극심한 청년실업과 일자리 감소, 경기 침체를 겪고 있어 대비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파견규제 해소 사례는 우리로서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다.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형식과 내용의 파견 규제 법안을 갖고 있다가 지난 1999년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고, 항만운송, 건설, 경비, 의료 등을 제외한 다른 업종은 파견근로자 사용을 자유롭게 허용해줬다. 그 후 2004~2008년 동안 일본의 제조업 일자리는 137만개가 늘어났고, 임금 근로자가 42만2000명이 늘어나는 가운데 파견근로자가 27만4000명을 차지해 그 효과를 입증했다. 

그런 점에서 재계는 아예 파견법 전체에 대한 개정까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우리 역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을 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데 주력하자는 주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5대 경제단체는 지난해 11월 “인력부족을 겪고 있는 뿌리산업을 비롯하여 인력 수요가 많은 제조, 사무업무 분야 등에 파견근로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고령자들이 자신의 직업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며 보다 과감한 규제 개혁을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파견법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은 요원한 상태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야당으로서는 노동계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적어도 4월까지는 야당의 대승적인 수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실상 남은 마지막 기회는 5월 임시국회다. 19대 국회의 마지막 노동개혁 4대입법 처리 기회인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서 5월 임시국회의 노동개혁법 처리 가능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야당이 좋은 성적을 낼 경우에는 20대 국회로 노동개혁이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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