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명수 기자
  • 입력 2019.10.22 17:18
즉위를 선언하는 나루히토 일왕 (사진=니혼게이자이신문 유튜브)

[뉴스웍스=박명수 기자] 전후에 출생한 첫 일왕으로서 즉위를 선언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22일 "세계 평화를 항상 바라며 헌법에 따라 임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을 고쳐 일본을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 바꾸려고 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비되는 메시지다.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식 발언이 아베가 추진하는 개헌에 어떤 영향을 줄 지 주목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오후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부 주요 인사와 이낙연 총리 등 약 180개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즉위를 선언했다. 즉위는 올해 5월 1일 이뤄졌으나 이를 일본 안팎에 알리는 의식을 따로 연 것이다.

나루히토 일왕은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고쿄(皇居)의 규덴(宮殿)에서 "일본 헌법과 황실전범(皇室典範) 특례법 등에 따라 왕위를 계승했다"며 "즉위를 내외에 선명(宣明)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항상 바라며 국민에 다가서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통합의 상징으로서 임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예지(叡智)와 해이해지지 않는 노력으로 우리나라가 한층 발전을 이루고 국제사회의 우호와 평화, 인류 복지와 번영에 기여할 것을 간절하게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의식은 30분간 진행됐다. 일왕과 왕비, 왕족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의식을 진행했다. 나루히토 일왕은 황색의 전통 관복인 ’고로젠노 고호’를 입고 마사코 왕비는 여성 전통의상 ’쥬우니 히토에’를 입었다. 일왕이 앉은 옥좌 다카미쿠라(高御座)에는 왕위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삼종신기(三種神器) 하나인 검, 굽은 옥인 '검새', 국가의 인장인 국새, 일왕의 인인 어새 등이 놓였다.

나루히토 일왕이 발언을 마치자 아베 총리는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경애의 마음을 다시금 새롭게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는 ’만세 삼창’을 했으며 참석자들이 '만세'를 복창했다

아베 총리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상징적 권위를 지닌 일왕이 헌법을 따르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 일왕의 발언은 '오코토바'(말씀)로 불리며 특별하게 취급된다. 일왕의 이날 메시지는 일본인에게 큰 영향을 보인다.

아베 총리는 전쟁과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를 개정해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탈바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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