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19.10.23 09:46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금강산관광을 비판하면서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23일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지도하고 고성항,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 옥류관 등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들을 돌아봤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남측에서 건설한 시설에 대해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건축미학적으로 심히 낙후하다. 건설장의 가설건물을 방불케 한다. 자연경관에 손해다. 관리가 되지 않아 남루하기 그지없다"는 표현 등으로 비판했다.
 
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 땅이 아깝다.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선임자는 사실상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공개적으로 아버지의 정책을 비판한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금강산관광은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함께 추진한 대표적인 남북 경제협력사업으로, 1998년 11월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하여 철거하라고 말한 만큼 북측이 곧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철거하기 위한 남북 간 당국 간 실무회담 혹은 사업자인 현대아산과 협의를 열자고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금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 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강산은 피로써 쟁취한 우리의 땅이고 금강산의 절벽 하나, 나무 한 그루에까지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이 깃들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훌륭히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며 "다만 우리의 명산인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대해 우리 사람들이 공통된 인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평양 공동선언에서 남측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의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이후 남측에 "미국 눈치 보지 말라"며 조건 없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촉구해왔다.

또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남측이 대북제재 등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나서지 않자 크게 실망하고 남측 시설 철거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발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백두산 승마 등정 과정에서 대미 외교와 대남관계에서도 강경한 정책을 결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 총개발계획을 새로 수립하고 고성항 해안관광지구, 비로봉 등산 관광지구, 해금강 해안공원지구, 체육문화지구 등으로 구성된 관광지구를 3∼4단계 별로 건설할 것을 지시했다.

또 지구마다 현대적인 호텔과 여관, 파넬숙소(고급별장식 숙소), 골프장 등 시설을 짓고 인접군에 비행장과 관광지구까지 연결되는 철도를 건설할 것을 주문했다.

현지지도에는 장금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김여정·조용원·리정남·유진·홍영성·현송월·장성호를 비롯한 당 간부, 최선희 외무성 제1 부상, 마원춘 국무위원회 설계국장 등이 수행했다.

기사에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앙통신 사진에는 최근 넉 달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도 포착됐다.

이들 모두 "공장, 기업소들에 건설되는 노동자합숙보다도 못한 건물들이 세계적인 명승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정말 꼴불견"이라면서 김 위원장의 결정이 응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해선 현대아산이 50년 독점사업권을 확보하고 있지만 북쪽은 2008년 7월 금강산관광의 장기 중단 원인이 된 관광객 박왕자 씨 피살 사건에 따른 남북갈등 때 남쪽 시설의 몰수와 동결을 선언한 바 있다. 

남쪽이 건설·운영하던 남쪽 시설에 대한 권리 주체 문제를 두고 남북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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